<데스크라인>중국과 4龍의 차이

◆서현진 인터넷부장(jsuh@etnews.co.kr)

 근착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아시아 4마리의 용 가운데 한국을 제외한 3마리 용이 올해 모두 마이너스 경제성장이 예상된다고 한다. 홍콩이 0.2%, 싱가포르가 1.4%, 그리고 대만이 2.1%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다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이런 숫치들은 플러스 1.8% 성장이 예상된다는 한국에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4용이 지난 수십년간 고성장가도를 달리다가 약속이나 한듯 저성장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이런 차이는 큰 의미가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런 저성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저성장의 늪에 빠진 4마리 용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크게 보아 네가지 정도이다. 우선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개국 평균 80%가 넘을 정도로 높다는 점이다. 게다가 4용은 모두 대 미국 수출 의존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 세번째는 정보화지수와 산업에서의 IT부문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는 4용 모두 오늘날 세계 경제의 흐름을 상징하는 세계화와 디지털화에 국운을 걸다시피 해왔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세계화, 디지털화는 미국이 지난 수십년 동안의 기술 축적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다져낸 지구촌 차원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4용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올해도 전세계가 불황에 허덕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란듯이 7∼8%대의 고성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중국은 4용과는 달리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낮고 대미 의존도는 그야말로 보잘것 없는 수준이다. 실제로 중국은 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지난해 내수 기여도가 50%에 육박하고 있지만 수출 기여도는 8%에 그쳤다. 정보화지수나 IT부문 의존도도 아직까지는 미미한 상황이다. 세계화와 디지털화 역시 그것이 미국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중국에는 요원한 개념일수밖에 없다.

 근래의 세계 경제는 세계화와 디지털화가 밑바침된 미국의 신경제(digital economy)가 주도해왔다. 신경제는 이른바 ‘수확체증의 법칙’에 의해서만 설명이 되는 경제현상이다. 미국이 비즈니스의 천국이요, 기회의 땅이 된 것도 이 신경제에 의해서였다. 4용은 미국 밖에서 신경제의 수혜를 가장 많이 누린 국가들이고 중국은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지 못한 대표적인 나라다.

 신경제의 영향력이 일종의 환상이었음을 깨우쳐 준 계기가 바로 9·11테러사건이자, 지금 미국 전역을 감싸고 있는 탄저균 공포다. 한번이라도 더 미국땅을 밟아보고 싶어하던 만국의 기업인들은 뒤로 내뺐고 세계화와 디지털화의 전위로 일컬어졌던 컴덱스쇼는 취소될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의 경제는 곤두박질쳤고 미국을 부단하게 닮고 싶어했던 4용도 큰 타격을 받았다. 물론 아세안·남미· EU도 이 대열에 휩쓸렸다.

 지난 97년 세계 도처에 경제위기가 왔을 때만 해도 건실했던 신경제는 이를 구제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2∼3년 사이 급속도로 진전된 세계화와 디지털화는 오히려 미국의 불황을 지체시킬 틈도 주지않고 전세계로 전파시키는, 동시 불황 상태로 몰아넣어버린 것이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클리츠 교수는 일찍이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세계화와 디지털화가 높은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가 최근의 불황을 “세계화와 디지털화에 의한 경제통합비용”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과 4용은 지금 엄청난 경제통합비용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세계 경제의 열쇠는 가장 비(非)미국적이었던 중국이 쥐게 되는 것일까. 그래서 한국의 세계화·디지털화 정책도 중국지향으로 수정해야 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게 판단할 속성의 것은 아니다. 우리로서는 미국도 중요하고 중국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가지 명백해진 사실은 있다. 미국 경제가 이제는 과거처럼 우리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묘책 마련에 전력투구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