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감동 전하는 통신서비스

 지난 24일 오후 4시 영국 리버플에 위치한 청각장애인 전용콜센터를 방문했다. 100여명의 장애인들이 청각장애인과 일반인을 서로 연결해주느라 분주한 이 곳의 이름은 ‘타입토크(type talk)’. 현재 월 2만4000명의 청각장애인이 ‘장애’를 극복하고 정상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곳이다. 전문화된 교환원만도 500명이 넘는다.

 타입토크는 영국이 장애인에 대한 정보화 확산을 위해 지난 92년에 설립됐는데 최근에는 1대 1 통화에서 여러사람이 동시에 통화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텍스트디렉트)를 시작해 인기를 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곳에는 외국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미국·프랑스·오스트리아 등 선진국 장애인 담당 공무원이나 일반 기업인들이 타입토크를 여러차례 방문해 벤처마킹하는 일은 이제 일반화되다시피 했다. 그리스의 경우는 올초 정부 관계자들이 타입토크를 방문한 후 자국에 청각장애인 전용콜센터를 최근 개원하기도 했다.

 또 타입토크가 이처럼 유럽 내에서도 높은 관심을 끌 정도로 잘 운영되는데는 브리티시텔레콤(BT)이라는 영국의 최대 통신업체가 숨어 있다. BT는 타입토크 설립때부터 거액을 지원하고 있다. BT의 철저한 지원 덕(?)에 이곳에서 청각장애인은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니다. 교환원과 특수 설계된 전화기, 서버 4대가 이뤄낸 성과다. 레그 맥로그린 타입토크 메니저는 “BT가 최근 2∼3년간은 수입 급감에도 콜센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장애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이같은 전용 콜센터를, 그것도 한 통신업체의 전적인 지원 아래 운영하는 모습에는 그저 감탄사만 나올 뿐이다.

 그리고 이날, 영국 경제전문지인 파이낸셜타임스에는 ‘통신강국’ 한국을 소개하는 기사가 한국판 특집 형태로 면톱을 장식했다. “서울 어디서나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무선인터넷·음악 다운로드·비디오 클립 보내기 등을 즐기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중략) 한국이 세계의 이동전화를 이끄는 것은 요행(fluke)이 아니다.”

 그러나 이는 정상인을 위한 통신서비스가 그렇다는 얘기다. 과연 장애인을 위한 통신서비스는 몇점이나 줄 수 있을까. 장애 없이 ‘감동’까지 전하는 통신강국 한국을 기대해 본다.

 

  <리버플(영국)=증권금융부·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