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섭 ICM 사장 ceo@icm2k.com
3년여만에 프로게임 리그사들이 거의 고사한 요즘, 게이머의 장기적인 사회, 문화적 입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됐다. 특히 오는 12월 5일 e스포츠 세계 챔피언을 가리는 월드사이버게임즈(WCG)와 여기에 참가할 한국 선수를 선출하기 위한 한국국가대표 선발전이 오는 27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이러한 게이머들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입지에 대한 생각은 깊어지고 있다.
계속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3∼4년전부터 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한 이벤트로 시작한 게임대회·게임리그의 주인공인 게이머들의 발전 방향이 점점 연예인과 같은 대중스타와 유사해진다는 것이고 지금으로서는 그 방향이 맞다는 것이다.
필자는 게임을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변형된 스포츠, 즉 진정한 e스포츠라고 생각한다. 박세리·박찬호·고종수 등 스포츠에는 스타 플레이어가 필요하듯이 e스포츠도 관람객의 수를 늘리고 선수들의 무대를 넓히기 위해서 가장 먼저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대중적인 스타를 배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게이머 스타 만들기에 아주 좋은 사례가 바로 스타크래프트 게임대회를 통해 급부상한 테란의 황제 임요환 선수다. 곱상한 미소년 같은 외모와 그간 많은 미디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갈고 닦은 말솜씨,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프로게이머로서의 부정하지 않는 실력, 이러한 3박자가 모두 맞아 임 선수는 이 시대 마케팅의 핵심 타깃인 10대 청소년들을 소리없이 사로잡고 있는 스타로 부상했다.
그가 보유한 팬클럽 회원만 해도 현재 5만5000여명을 넘어서고 있고 지난달 모 회사가 장충체육관을 빌려 개최한 스타크래프트 게임대회에서 여느 가수 못지 않은 1만여명의 관람객을 동원하여 일반 대중까지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물론 대회 주관사의 홍보, 광고도 이러한 관람객 동원에 한몫을 했겠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 많은 사람들이 두, 세시간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고 줄을 서고 기다린 것의 핵심은 바로 선수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이다. 임요환뿐만 아니라 안타깝게 졌지만 상대선수도 임 선수 못지않은 미디어와 대중의 힘찬 갈채를 받았던 것도 e스포츠의 대중화와 게이머 스타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사례다.
지금 전세계는 e스포츠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탈리아의 ‘라 리퍼블리카’라는 유력 일간지는 게임을 e스포츠로 부르며 이에 대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또 네덜란드·싱가포르·태국·호주 등은 시정부 또는 중앙정부의 부처가 직접 나서서 e스포츠를 결합한 청소년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성숙되기 위해서 또 e스포츠가 여타 가요나 스포츠와 같이 청소년들의 생활에 뿌리박은 건전한 문화로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신뢰하고 따를 만한 모델, 즉 우상이 필요하다.
그러한 우상이 청소년들의 바람직한 거울이 될 수 있도록 언론과 게임업계의 기성세대가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게임을 직업으로 택한 이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안정과 프로선수로서 스포츠 스타와 같이 한정된 활동 시간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 군 면제 등의 제도적인 뒷받침과 진정한 스타로서 대접받을 수 있는 사회 그리고 문화적 환경 조성 등 법적·사회적·경제적으로 기성세대들이 지원해 주어야 할 사항들이 너무나 많은 것이 현실이다.
제1회 WCG 본선이 개최되는 12월에는 37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e스포츠 스타가 배출될 것이다. 필자는 수많은 온오프라인 경기를 거쳐 마침내 탄생하게 되는 각 종목의 첫 WCG 세계 챔피언들에게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냄과 동시에 이들 최고의 e스포츠 스타들에게 과연 내가 해줄 수 있고 해주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고민에 또 한번 깊이 빠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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