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증권 이르면 2005년 도입

　이르면 오는 2005년경 전자증권이 도입돼 증권의 완전실명제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와관련, 증권예탁원(사장 노훈건)은 24일 오후 증권거래소에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 증권사와 학계, IT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자증권제도 도입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전자증권제도의 현황과 향후 도입방향 등을 모색해 관심을 모았다. <사진>

　현재 정부와 증권예탁원이 적극적으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전자증권은 전자 장부상에 기재하는 것만으로 유가증권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유가증권제도를 말한다. 전통적인 인쇄매체의 유가증권과 법률적으로는 동일한 권리와 효력을 갖지만 그 수단이 증서가 아닌 전자매체라는 점에서 차이를 갖을 뿐이다.

　전자증권이 도입되면 그 효과는 열거하기 힘들 것으로 금융가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임종룡 재정경제부 증권제도 과장은 “전자증권제도는 기존 증권거래 인프라를 새로 짜는 대역사로 규정할 수 있다”며 “전자증권제도는 단순한 증권거래의 온라인화로만 말할 수 없는 사회적, 공익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은 증권발행 및 관리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자금조달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다.

　실물증권을 발행하는 기존 제도하에서는 실질주주의 확정과 증권인쇄, 교부에 평균 10∼15일이 걸리는 데 비해 전자증권 환경이 구축되면 단 하루만에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증권실명제가 정착되기 때문에 자사에 대한 투자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기업정책 결정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투자자들은 실물증권관리에 따르는 분실과 손실 등의 각종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다 투자자금의 조기회수가 가능하게 된다.

　아울러 정책당국은 결제리스크 및 결제기간이 단축될 뿐 아니라 무기명 증권거래로 인한 거래의 익명성을 차단함으로써 증권실명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같은 장점 때문에 전자증권제도는 프랑스와 영국, 스웨덴,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자국 증권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90년 이후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이에 따른 증권의 사이버거래 등 급속한 전자화에 힘입어 이제 전자증권제도는 증권산업의 국제적 표준(global standard)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이 제도가 도입되면 상장이나 등록법인이 발행하는 증권은 의무적으로 전자증권제도를 적용해 발행회사와 투자자에게 실물증권 발행청구권을 배제하는 형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시스템 운영의 통일성을 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자증권시스템 도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앙등록기관(증권예탁원)이 증권등록부를 집중관리하고 모든 투자자는 중앙등록기관의 등록부에 직접 등록되는 ‘직접등록방식’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자증권의 도입이 확정되면 금융부문의 전산수요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전자증권제도의 성공적 도입여부는 얼마나 효율적이며 안정적인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증권예탁원에 따르면 700만명 이상의 주주를 직접 등록, 관리해야하기 때문에 전자증권시스템은 고도의 신뢰성과 가용성을 갖추고 있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백업시스템과 원격지 백업시스템 등이 구축되어야 하며 자료처리와 저장은 물론 통신상의 완벽한 보안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IT업계에서는 전자증권 프로젝트로 인한 특수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지적한다.

　신현식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전자증권 도입시 500여개의 금융기관과 2000개 이상의 발행회사, 700만명에 달하는 투자자가 전자증권시스템이라는 증권 대동맥에 연계될 것”이라며 “전자증권 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해 100% 신뢰할 수 있는 백업과 인증, 시스템 구축 등에서 정부차원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자증권이 본격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제도나 법적인 측면에서 개선점도 많다. 현재 증권거래법상에서는 증권을 반드시 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다 기존 유가증권을 위해 마련된 법을 전자증권에 대해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법률전문가들은 전자증권제도의 신뢰성과 안정성 확보를 위해 정부차원에서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