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전경련의 ‘국가 e비즈 전략에 관한 컨설팅’ 보고서 파문에 이어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받은 ‘무역협회 중장기 발전방안’ 컨설팅 결과가 또다시 용역발주자들의 ‘당초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 정부 관련 기관 등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 있는 전략컨설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컨설팅 결과가 문제가 된 정부 관련 기관 모두가 공교롭게 대형 외국계 업체들로부터 컨설팅을 받았다는 점에서 외국계 컨설팅 업체에 대한 정부기관의 근거없는 선호와 이로 인한 국내 컨설팅 시장의 ‘고사’가 향후 풀어야 할 큰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무역협회는 지난 7월부터 3개월 일정으로 A컨소시엄으로부터 받은 컨설팅 결과에 대해 기대 이하로 평가하고 있다. 외국계 컨설팅 업체와 국내 컨설팅 업체 2개사가 컨소시엄을 구성, 총 9억5000만원의 대가를 지불한 컨설팅 결과에 대해 무협 김재철 회장은 “지나치게 이론적이고 아이디얼한 측면이 많아 세부 실천계획 수립을 위해 5개 분야에 걸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올초 산자부와 전경련이 청와대 보고를 위해 B컨설팅으로부터 3억원을 들여 받은 ‘국가 e비즈 전략 컨설팅’ 역시 전경련 이용태 B2B특위위원장이 “이 정도 수준이면 계약을 당장 해지하고 법적 조취를 취하라”고 할 정도로 무성의한 결과물이 나와 이미 문제된 바 있다. 결국 이 결과물은 청와대 보고에 앞서 산자부에서 수정작업을 거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컨설팅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 “외국계 컨설팅 업체의 방법론과 노하우를 이유로 이들에 대한 정부기관의 선호는 높아졌음에도 한국적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결과에 대해 만족스러운 평가가 나오지 않는 것 아니냐”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러나 외국계 컨설팅사 출신 한 관계자는 “컨설팅 주체로서 정부기관의 마인드와 수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C 외국계 컨설팅사로부터 중장기 비전을 수립한 한 민간그룹의 경우 최고경영자가 결과를 대단히 만족스러워했고, 그 결과대로 사업전략을 펼치고 있는 성공사례와 비교하면 정부기관의 ‘컨설팅 수용능력’이 문제라는 견해다.
하지만 이번 공공기관의 외국 컨설팅 파문을 놓고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물 수준뿐 아니라 국내 컨설팅업계 시장의 고사다. 한 전문가는 “외국계 컨설팅사는 국내 시장의 컨설팅 수행이 또 다른 레퍼런트 사이트로 축적돼 일본을 비롯한 제3국으로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대로 가면 국내 컨설팅 시장은 영원히 성장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공공기관혁신 컨설팅에 참여한 경험이 많은 모 대학 경영학과 교수도 “방법론과 방대한 지식관리(KM)를 이유로 외국컨설팅을 선택한다지만 실은 ‘면피용’ 성격을 부정할 수 없다”며 정부기관의 컨설팅 수행자세를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외국계 컨설팅 업체에 용역을 줄 때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협상에 의해 비용을 부담하지만 국내 업체가 수행할 때는 과기부의 SI 용역단가 기준으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며 “국내 컨설팅 업체가 역차별을 당하는 모순을 없애고 국내에도 컨설팅 시장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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