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자금난이 심해지자 컴퓨터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견질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의 견질이란 전당포와 비슷한 것으로 유통업체들이 자금이 모자랄 때 사채업자에게 전자제품을 맡기고 일정 기간 자금을 빌려쓰는 것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PC경기가 침체되면서 자금흐름이 막혀 버린 부품 수입업체들 사이에서 CPU 등 각종 부품을 사채업자에 견질로 잡히고 자금을 융통하는 일이 최근들어 눈에 띄게 증가, 불황에 빠진 IT경기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견질은 주로 한달 이내의 단기간에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자금난이 극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자금조달 수단이었으나 요즘 다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유통업체들의 자금흐름이 원활치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재 용산 등 전자상가에 견질로 활용되는 품목은 CPU나 하드디스크드라이브·노트북 등 현금화하기 쉬운 품목으로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견질의 금리는 자금난이 심하면 심할수록 상승해 한때 10일 기준으로 5%를 넘어선 적도 있지만 요즘에는 2∼3%의 이율이 적용되고 있다. 이에따라 1억원 어치의 제품을 견질로 제공하면 사채업자는 2%의 이자를 먼저 공제하고 9800만원을 빌려주게 된다. 연이율로 계산하면 무려 72%로 초고금리다.
용산 PC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견질은 금리가 워낙 높아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유통업체도 뻔히 알면서 자금회전을 위해 할수없이 이용하게 된다”며 “한동안 잠잠했으나 3분기들어 몇몇 업체들로부터 자사 제품을 견질로 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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