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은 종합예술이다.
눈으로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사운드도 중요하다. 그래서 할리우드의 제작방식에는 영상을 디자인하는 전문인력만큼이나 사운드 디자이너가 각광받는다.
웅장하고 화려한 음악이 화면에 채워지지 않는다면 실사영화와 다른 이미지 위주로 창작된 그림 캐릭터들은 사실감을 보여주지 못한다.
이는 곧 애니메이션 생명력이 절반밖에 살아있지 못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월트디즈니 작품은 다른 국가나 제작시스템이 만들어 낸 작품보다 월등한 주제음악과 음향기술을 자랑한다. 수상식이라기보다는 화려한 스타시스템의 쇼비즈니스로 격상된 아카데미상 수상식에서조차 매번 주제음악상은 월트디즈니사의 몫이다.
월트디즈니는 지난 30년대 ‘실리심포니(Silly Symphony)’라는 독특한 시리즈물을 제작하면서부터 음악과 사운드에 대한 제작노하우를 축적했다.
이 시리즈물은 미키마우스처럼 동일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방식이 아니다. 작품마다 다른 캐릭터와 주인공, 그리고 차별적인 이야기가 등장하고 그 배경음악으로 등장하는 주제음악도 모두 교향곡의 연작들이다. 지난 30년대 초 매년 10여편이 제작된 이 시리즈의 제작노하우는 ‘백설공주’의 완벽한 주제음악으로 발전한다. 이후 월트디즈니의 지속적인 투자는 애니메이션을 단편적인 대사의 미학뿐만 아니라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뮤지컬 미학으로 완성시키는 계기가 된다.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모래시계’에서 국내 시청자들은 주인공이 나타날 때마다 배경에 들려오던 차별적인 테마음악의 중요성을 조심스럽게 알게 되었다.
이러한 음악이 차지하는 드라마의 생명력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후, TV드라마에서도 음악과 사운드에 대한 투자가 본격적으로 시도됐으며 CF계는 물론 최근 힘을 받은 우리 영화에 이르기까지 음악과 사운드는 중요한 제작요소로 주목받게 됐다.
우리 애니메이션도 70년대 말 ‘로봇 태권브이’의 주제가로부터 음악이 작품에 적용되기 시작했고, 90년대 ‘아마게돈’과 ‘아기공룡 둘리’는 OST음반이 발매되자마자 인기가 폭발했다.
우리 애니메이션은 월트디즈니식 애니메이션의 철저한 완성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 애니메이션 제작은 월트디즈니의 선녹음방식과 달리 후녹음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녹음방식이란 이미 본격적인 그림제작 작업 이전에 라디오드라마와 같은 대사와 주제음악이 먼저 완성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처럼 대사와 음악이 작화 이전에 녹음되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대사전달과 그에 따르는 동작 연출, 그리고 속도감, 장면의 분위기가 작품 타이밍에 잘 맞춰지게 된다.
실제 사람이 직접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는 선녹음방식에서 비롯되는 제작효율성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형태는 주제음악의 미학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역할도 갖는다. 우리 작품제작 방식처럼 먼저 그림을 그리고, 규칙적으로 정형화된 입모양에 목소리 연기를 맞추어야 하는 후녹음 방식은 주제음악의 효과를 충분히 보여줄 수 없다.
모든 것은 제작비 문제로 귀결되지만 우리 애니메이션도 단편을 중심으로 실험적 선녹음 작업을 시도해야 할 때이다.
<세종대학교 만화 애니메이션 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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