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뿜는 전자무역전쟁>(6)결제·인증·거래자보호

 최근 모건스탠리의 스테판 로치 수석분석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국경의 시대로 되돌아가다’라는 글을 통해 미국 테러충격 이후 ‘세계화(globalizaiton)’ 추세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근거로 거론한 요인은 국가간 자본이동의 제한과 규제강화 움직임. 규제강화는 거래비용과 거래시간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수출입 보험료 등 교역 관련 비용의 상승과도 직결된다.

 지난 90년대 이후 미국 중심의 경제질서가 기치로 내걸었던 자유로운 무역환경이 위협받는 요즘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간 협상체제와 교역자유화, 밀레니엄의 새로운 무역질서를 규정할 ‘뉴라운드협상’은 모두가 세계화 전략과 맥을 같이하는 행보들이었다.

 전자무역마저 최근 회의적인 시각에 휩싸이는 것은, ‘완전개방형’ 무역환경을 속성으로 내포한 그 자체가 세계화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또한 부정적인 시선의 초점은 전자무역 결제 프로세스의 안전성 여부에 쏠려 있다.  

 그러나 로치의 진단대로 세계화 추세가 일부 방향수정이나 속도조절은 있을지언정, 전자무역의 대세는 거스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방대한 서류와 수작업에 따른 엄청난 비용손실을 막고, 무역거래의 시차를 줄임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하자는 것이 근본 취지이기 때문이다. 전자무역이 전통적인 무역과 다른 점은 서류와 수작업에 의존하던 무역·통관 관련 업무를 인터넷으로 더욱 빠르고 저렴하게 해결한다는 것. 또한 오프라인 업무의 절대적인 비중이 신용장·선하증권·송장 등 결제·물류업무에 집중됐었다는 점에서 전자무역은 곧 국가간 인터넷 결제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제 은행간 결제 네트워크인 SWIFT가 기존 폐쇄형 전용망을 인터넷으로 점진적으로 전이하려는 계획도 전자무역의 단면이다.

 사람이 직접 만나서 계약을 맺고, 전화를 통해 송금을 확인하던 시절과는 달리 전자무역의 결제는 신뢰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철저히 준비해야 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개방형 전자결제 네트워크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간·국가간 표준시스템의 합의가 있어야 하고, 거래기업이나 은행이 확실한지 온라인상에서 검증할 수 있어야만 비대면 거래의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여기에 송금·입금 금액은 맞는지, 만일 결제대금이나 수출입 물건에 이상이 있다면 거래기업들은 어떻게 보상을 받아야 할지도 미리 강구해야 한다. 악의의 범죄자에 의한 해킹 위험은 말할 것도 없다. 모두가 인터넷 무역에 참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자유·개방과 맞바꿔 치러야 할 대가들이다. 안전한 전자무역 결제환경을 위해 표준화된 결제시스템·정보보호체계·인증시스템·매매보호시스템(에스크로) 등이 선결돼야 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전자무역 결제·인증 준비는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국내 은행권도 참여하는 아이덴트러스나 볼레로, 트레이드카드 등 굵직한 컨소시엄들이 대표적인 선두주자다. 다만 아직은 생소한 탓에 대다수 은행이나 기업들이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5년, 10년 후 전자무역이 새로운 환경으로 자리잡을 때를 대비해 결제·인증·매매보호 등 핵심 인프라 준비에 소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전자무역 결제 프로젝트 한국무역정보통신-C트레이드뱅크>

 국내 무역자동화사업자인 한국무역정보통신은 가칭 ‘CTW’(http://www.ctradeworld.com)라는 대형 무역포털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역시 결제 프로세스를 규정하는 ‘C트레이드뱅크’. C트레이드뱅크서비스는 무역업체·장치장·관세사·포워더 등 무역 관련업체들의 거래 단계별 지불결제 요구를 인터넷상에서 일괄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화물도착·자금이체완료·화물처리·입출금내역 등을 온라인 통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창고료·관세·운송료 등 각종 수수료를 조회·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전화나 팩스로 화물처리를 대행하고, 은행을 직접 방문해야만 송급결제가 가능하던 환경이 이제 인터넷으로 해결되는 셈이다.

 무역주체들의 입장에서 지금까지의 결제관행과 비교해보면 C트레이드뱅크의 차이점은 확연히 드러난다. 화주들은 이를 통해 선하증권(BL) 도착통지를 확인할 수 있고, 수입신고가 수리되면 바로 관세·창고료 조회 및 납부도 가능하다. 주선사나 관세사들은 화물처리비용을 온라인으로 청구하고, 이를 일괄 처리할 수 있다. 이밖에 수출입창고 등 보관시설이나 운송사는 각각 해당 화물처리에 따른 창고료와 운송료를 전자적으로 청구, 이체받을 수 있다.

 C트레이드뱅크가 안정적으로 구축될 경우 e마켓 등 온라인 기업간(B2B) 거래에서도 보편적인 결제시스템으로 폭넓은 활용도를 지닐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무역환경에 소요되던 결제 프로세스가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정보통신은 외환은행·세방기업 등과 공동으로 이달까지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뒤 이르면 다음달부터 시범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 8월말 정보통신부에 공인인증기관(CA) 지정신청서를 제출해 인증시스템 보강과 보안성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무역정보통신은 국가간 e마켓 연계사업이나, e트레이드 허브(동아시아 연합체) 등 각종 국제 프로젝트에 C트레이드뱅크를 적용하는 한편, 전자외상매출채권·결제대행업무 등 지불서비스도 추가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자무역에서 에스크로의 역할> 

 지난 97년 미국에서 ‘IESCROW.COM’(지금의 TRADENABLE.COM)이 온라인 거래보호(에스크로)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후 이 회사는 매년 200% 이상의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초기 서비스사업자들은 e베이와 같은 개인간(C2C) 온라인 경매사이트가 중점 서비스 대상이었다. 신뢰도 확인이 특히 어려웠던 온라인 경매환경에서 에스크로는 안전한 상거래를 구현해주는 수단이었고, 이후 수많은 전문업체들이 등장하면서 다각적인 사업모델로 성공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이 가운데 전자무역 에스크로 시장을 겨냥해 발빠른 행보를 보인 기업은 트레이드네이블닷컴. 지난 99년부터 전자무역과 온라인 에스크로의 결합을 시도해온 이 회사는 이미 ‘트레이드위저드’라는 무역결제 에스크로솔루션도 자체 개발한 바 있다. 트레이드네이블은 이같은 강점을 내세워 현재 유럽과 일본 등지에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 전자무역 에스크로 서비스를 속속 현실화시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설립된 마이에스크로(대표 박순문)가 대표적인 전문업체다. 현재 마이에스코로는 라이코스·하나은행·현대택배·NS21닷컴과 공동 협약을 맺고, 동대문시장 의류를 일본과 직교역하기 위한 전자무역시스템을 구축중이다. 물론 여기에서 마이에스크로가 담당하는 역할은 수출입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거래보호와 무역대금 정산시스템 구축이다. 국내 최대 택배사인 현대택배는 특송업체 및 일본 협력사들과 연계한 물품 운송을 맡고 라이코스는 일본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하나은행은 계좌관리를, NS21은 콘텐츠 업그레이드 및 상품조달을 각각 맡아 진행중이다. 5개사들은 다음달 시스템 개발을 마무리짓고, 비록 제한적인 품목과 국가지만 ‘완벽’에 가까운 전자무역시스템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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