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통신 로열티와 관련해 형성된 ‘한국-퀄컴-중국’간 삼각구도에서 한국기업과 중국기업은 동병상련이다. 같은 병, 즉 CDMA 로열티로 골머리를 앓는 동반자로서 서로 가엾게 여길 만하다.
실제 퀄컴으로부터 최혜대우를 보장받는 우리기업들은 퀄컴과 중국기업간의 로열티 협상결과를 학수고대했다. 중국기업이 당초 계획대로 2% 이하의 로열티 계약에 성공한다면 최혜대우의 수혜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였다.
그러나 상황은 크게 어긋났다. 퀄컴이 중국식, 한국식 택일카드와 중·외 합작기업 예외방침을 내놓음으로써 한국기업과 중국기업의 동병상련 관계가 무너진 것이다.
이제 각자가 보다 큰 열매(로열티 인하와 산업발전)를 따내기 위한 경쟁에 나서게 됐다. 특히 중국기업들은 한국의 CDMA기술을, 한국기업들은 중국시장을 원한다. 따라서 한·중 기업들은 경쟁과 협력 사이에 가로놓인 외줄 위에서 치열한 중심잡기 싸움을 펼칠 전망이다.
◇한국기업의 입장=최근 정보통신부는 “퀄컴이 한국기업들에게 통보한 최혜대우 제안서는 그간의 동반자 관계에 부합하지 않다. 이로 인해 CDMA 이동통신 확산의 일등공신인 한국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이 막히고 있다”고 퀄컴측에 통보했다. 퀄컴이 변함없는 로열티 수익전략을 고수함으로써 한국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
우리기업들에게 중국시장은 절체절명의 미래다. 내수시장 보급률이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남미·호주·중동·동남아 등 신흥 CDMA시장은 규모면에서 불황 탈출구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진출을 적극 추진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무게추가 시장개척보다 기술전수로 기울어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중국기업의 입장=토종기업들의 CDMA 기술발전 속도가 빠르다. 중싱통신을 비롯해 다탕전신, 상하이벨 등이 cdma2000 1x 개발에 근접했다.
문제는 상용화다. 실험실(lab) 안에 머물러 있는 CDMA 장비를 밖으로 끌어내는 게 어렵다. CDMA 상용화 종주국인 한국기업의 도움이 절실하다. 때문에 중국기업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한국 통신장비기업들과의 제휴, 합작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퀄컴이 중국 토종기업과 중·외 합작기업의 로열티 창구를 달리 가져가면서 한국기업들이 주춤거리기 시작한 것이 고민거리다. 일단 세계 최대의 CDMA 수요를 미끼로 던져 놓았는데 로열티 문제로 말미암아 미끼를 외면하는 한국기업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망=“한국기업이 중국에서 낮은 로열티(2.65%)를 적용받으려면 중국 이외의 판매에 대해서는 더 높은 로열티(7%)를 지불해야 하고 퀄컴의 부품을 구매해야만 한다.”
최근 퀄컴의 어윈 제이콥스 회장이 우리나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에 통보한 내용이다. 그는 또 “한국식과 중국식 양자택일 방식에 문제가 없다”고 재확인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지원사격도 있었다. 지난달 열렸던 한미 통상현안 점검회의에서 “기업들 사이의 일(CDMA 로열티 문제)에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우리기업들의 로열티 인하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고 있다. 결국 한국기업들과 중국기업들은 컬컴에 계속 고혈(로열티)를 내주면서 CDMA 산업발전을 도모해야 할 처지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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