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통신산업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중국이 CDMA를 도입, 세계 2세대 이동통신 주류인 유럽식 이동전화(GSM)를 위협할 만한 위용을 갖출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 CDMA시장을 발판삼아 이동통신 수출대국으로 성장할 태세다. 하지만 CDMA산업이 전환점에 이르면서 새로운 로열티 비율을 정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한국, 중국기업들과 퀄컴(CDMA 기술특허 보유사) 간에 형성된 로열티 이해관계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프로크루스테스는 침대를 하나 가졌다. 그는 나그네를 불러들여 침대에 눕히고는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길면 몸을 잘라서 죽이고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짧으면 몸을 늘려서 죽였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자기 생각에 맞춰 남의 생각을 뜯어 고치려는 사람의 표상이다. (그리스신화)
우리나라 통신장비기업에 비친 최근의 퀄컴은 ‘프로크루스테스’다. 이같은 시각은 퀄컴이 상식을 벗어나는 로열티 협상태도를 고수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퀄컴은 중국기업들과 내수 2.65%, 수출 7%의 로열티 계약을 체결했다. 이것이 한국기업과 퀄컴 간 로열티 재협상의 출발점이다.
한국기업들은 CDMA 로열티와 관련해 퀄컴으로부터 최혜대우를 보장받는다. 우리나라가 2세대 디지털 CDMA 이동통신을 처음 상용화함으로써 퀄컴이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등 ‘동반자 관계’에 대한 예우다. 따라서 퀄컴과 중국기업 간 로열티 계약조건을 비교대상으로 삼아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불해온 내수 5.25%, 수출 5.75%에 대한 수정이 필요해졌다.
그런데 퀄컴의 논리는 뜻밖이었다. 한국식과 중국식 중에서 택일하라는 것. 반면 우리기업들은 ‘수출 로열티 5% 이하’가 재협상의 목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중국식이든 한국식이든 로열티 비율 인하에 대한 기대치를 찾을 수 없다”며 “이번 협상에서 기존 로열티 비율을 고수하려는 퀄컴의 의지를 확인할 뿐 특별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도 “연간 1000만개의 퀄컴산 모바일스테이션모뎀(MSM)칩을 구매하고 6000만달러 이상의 로열티를 지불하는 중요한 고객(LG전자)으로서 내세운 협상카드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기업들은 연간 로열티 2억달러(2000년)를 지불하고 CDMA 핵심칩을 4억달러 이상 구매하는 주요 고객으로서 퀄컴 성장의 밑거름이 돼왔다. 표참조
분명 한국기업들은 퀄컴이 외면할 수 없는 고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중국의 엄청난 시장잠재력 앞에서는 왜소해진다. 퀄컴의 두 마리 토끼(한국·중국)사냥에 우리기업들이 속을 끓이는 모습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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