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프간 공격>IT산업 업종별 대응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개시되자 국내 정보기술(IT)업계는 초긴장 상태에서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달 미국 테러에 이어 미국의 보복공격이 개시되면서 이에 따른 국내 IT업계의 사업일정에 잇따른 차질이 빚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미국의 공격대상이 된 아프간에 직접 진출한 업체는 거의 없어 당장 나타나는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전쟁의 영향이 중동지역으로 확산될 경우에 대비해 대책을 마련중이다.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전자 3사는 본사 상황실을 중심으로 비상대책반을 본격 가동하고 현지 주재원 또는 출장자들의 안전조치를 확인하는 한편, 각 사업부 단위로 비상대책에 나섰다. 또 이번 대 테러 전쟁 발발로 시위·소요 등 비상사태 발생이 우려되는 중동과 이슬람권 주요 국가의 상황을 수시로 파악해 수출을 포함한 경제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면밀히 분석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본사에 비상상황실을 마련한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전세계 59개 법인과 87개 지법인 등을 실시간 인트라넷으로 연결한 사이버 상황실을 통해 미국과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현지 상황을 파악하면서 긴급조치반의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또 지역총괄에 상황 파악 및 비상대책 시행을 위해 비상대책반을 두고 주재원 가족의 안전대책을 점검하는 한편, 각 사업부 단위로 생산·물류·영업·거래선 등의 긴급점검에 나섰다. 특히 중동지역의 중요 비상사태 발생에 대비해 대책반을 중심으로 창고·항구·항해 등의 물류상황을 점검하고 이 지역의 자산 보호를 위해 자산 리스트를 확보하는 한편 경비 강화 및 화재물질 제거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미국의 공습으로 중동을 포함한 이슬람권 지역의 수출에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며 오히려 수출을 포함한 경제활동이 예상보다 빨리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LG전자(대표 구자홍)는 미국의 공습 직후 최고경영진과 주요 임원진이 참석한 가운데 8일 오전부터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테러사태 이후 중동 두바이법인에 마련된 상황실을 24시간 상시대기체제로 전환하고 서울 본사 상황실과 연계, 사태파악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복전쟁에 따른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해외 근무자들에게 긴급상황시 신변안전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마련,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72개 해외법인과 지사에 다시 한번 배포했다.

 LG전자는 이외에도 위험지역으로의 출장을 자제하도록 하고 본사와 해외법인, 지사간에 긴밀한 연락체계를 구축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며 이란·요르단·이라크 등 전쟁 주변지역에서의 문제발생 가능성을 검토해 필요시 추가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우전자(대표 장기형)도 해외출장을 자제하고 전세계 해외법인과 지사에 나간 주재원과 가족들에게 비상시 대처요령을 전달하는 등 해외 근무자들의 신변안전 대책을 마련했다.

 그동안 중동 및 중남아지역 진출을 추진해온 국내 시스템통합(SI)업체들도 사태변화를 예의 주시하며 돌발상황 발생에 따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부분의 SI업체들은 회사 게시판을 통해 해외출장 임직원은 항공사고 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하고 한동안 미국과 중동지역 출장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업무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특히 공습이 시작된 아프카니스탄의 인접지역 파키스탄에서 중앙은행 자동화시스템 프로젝트를 수행중인 현대정보기술(대표 김선배)은 총 11명의 현지 파견인력들 가운데 현재까지 잔류한 2명의 숙소를 일반 가정집에서 좀 더 안전한 호텔로 옮긴 상태다. 이미 지난달말께 철수한 9명의 인력들은 극동빌딩에 별도의 프로젝트실을 꾸미고 현지 잔류인력들과 연락을 취하며 프로젝트 업무를 계속 수행중이다.

 현대정보기술은 현지 한국대사관과의 긴밀한 연락을 통해 시시각각 상황 및 지시를 전달받고 있으면 파견인력의 완전철수 여부는 현지 대사관의 지침에 따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공동 수행중인 파키스탄 현지업체들도 잔류직원의 안전에 신경을 쓰며 최대한 협조하고 있어 현재까지 안전상에 큰 문제는 없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통신장비업체들은 아프카니스탄과 파키스탄 이외의 중동지역은 상대적으로 전쟁의 영향이 적을 것으로 판단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현지 상황변화를 주시하며 탄력적으로 수출영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중동지역에 나간 통신장비 수출인력들에 대한 안전조치는 이미 완결된 상태다. 현지 자산과 수출영업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주요 수출품목인 이동전화단말기도 아직까지는 특별히 우려할 상황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산 단말기 중동 수출은 이스라엘에 집중되고 있는데 물동량에도 아직 변화가 없는 상태다.

 네트워크장비 생산업체들은 미국의 보복전쟁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겠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미국경기와 국내경기의 침체가 더욱 심화돼 네트워크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만 이번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 경기회복에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그나마 희망을 걸고 있다.

 한국통신을 비롯한 통신업계는 통화량 폭주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국제전화 소통량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임직원들의 해당지역 출장 자제 등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통신업계는 또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지역에 진출한 국내 통신업체가 없어 이번 공습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공격 개시에 따라 그동안 통신업계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미국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할 경우 국내업체들의 자금조달에 애로가 있을 것으로 우려하는 등 이번 공습의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수요위축과 가격폭락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은 반도체업체들은 이번 보복 공격이 시장회복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보복전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지속적인 수요위축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 이를 내년 매출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미국에서는 재해복구 및 백업시스템 확충 등의 한정적 수요가 발생하고 있어 보안장비 및 서버용 부품 등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 대다수 반도체업체들은 이미 지난 테러사태의 경험을 교훈삼아 항로가 막힐 경우를 대비해 유럽법인 등에 미리 재고량을 상당수 확보했으며 또 중동지역 인근에 우회로를 통한 물량 공급망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가인상 및 환율변동 등 외부적인 요인이 작용해 대규모의 원유공급이 필수적인 디스플레이 유리용해 등의 분야에는 원가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동지역 수출물량 비중이 35% 정도인 세트톱박스 제조업체 휴맥스는 오히려 이날 개전으로 수출물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휴맥스 관계자는 “중동지역 전체로 전쟁이 번질 경우 영향이 있겠지만 현재 중동지역으로의 수출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걸프전의 경우를 보면 세트톱박스 등 방송송신장비의 수출이 전쟁 발발시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휴맥스는 걸프전 때도 폐항하지 않은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항을 통해 수출이 이뤄지고 있어 수출물량 선적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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