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에 울고 웃는 전화사업자들

 

 전화번호와 전화사업자 간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번호는 해당 전화사업의 성패를 100% 결정짓지 않더라도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오래전부터 국제·시내외 전화사업자는 물론이고 최근 각광받고 있는 전화정보서비스사업자들까지 이용자가 누르기 쉽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식별번호를 갖기 위해 온갖 노력을 펼쳐왔다.

 음성전화의 시장규모가 매년 하강세를 띠고 있지만 현재까진 매년 1조원대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국제전화시장은 그야말로 번호경쟁 그 자체로 시장성격을 규정할 수 있다. 기간통신사업자에서부터 별정통신사업자까지 이용자에게 자사의 식별번호를 보다 명확히 알리고 사용하게 만드는 혈투가 연일 벌어진다.

 기간통신사업자들의 경우 00× 세자리의 식별번호를 앞세워 사활을 건 3파전을 펼치고 있다. 국제전화 이용자가 전화버튼상의 0을 두 번 누른 뒤 어떤 한자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매출이 결정되는 것이다. 최근 국제전화 기간통신 3사의 TV광고물도 회사명은 뒤로 빠진 채 00×번 접속번호를 부각하는 콘셉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맞선 별정통신사업자들은 003××, 007××로 기간사업자에 비해 두 자리가 많은 불리함을 요금으로 극복하기 위한 경쟁을 생존요건으로 삼고 있다. 이용자가 003이나 007을 누른 뒤 3과 7버튼으로부터 되도록 짧은 동선을 갖고 버튼을 누를 수 있는 번호가 인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번호특성을 반영하듯 003과 007 뒤 두 자리 번호가 앞 버튼과의 연관성이나 편리한 동선을 가진 식별번호 순으로 해당업체의 매출순위가 결정되곤 한다.

 700이나 0600으로 시작하는 전화정보 제공사업자들도 번호와 사업성패의 연계비중이 국제전화사업자들의 그것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일부 사업자들의 경우 700, 0600의 다음에 붙는 네 자리 접속번호를 고유명사화해 상품화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 번호는 이미 대중적으로 인지돼 있거나 광범위한 광고효과로 인해 해당 전화정보의 접속률을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매개체로 활용되는 것이다.

 현재 700과 0600을 갖고 서비스를 제공중인 3000여개 전화정보사업자들은 자사의 서비스 특성을 전화번호로 상징화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접속번호 4자리를 전화버튼상에서 사각형, 또는 삼각형의 동선으로 간편하게 누를 수 있는 번호를 선호하고 있다.

 전화정보 접속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간통신업체 한 관계자는 “전화정보사업자 입장에서는 분명히 선호하는 번호가 있고 특정번호가 황금번호로 부각되는 경우가 있지만 번호에 따라 접속료를 차등 부과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숫자마케팅의 일환으로 이미 구미 각국에선 대중화된 전화번호를 상호화, 브랜드화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전화버튼상의 한글자모를 문자메시지 사용 때처럼 조합함으로써 자사 상호나 서비스 내용을 알릴 수 있는 방법도 개발되고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