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벤처지원 포럼]세계 IT경기침체에 따른 기업 환경변화와..

 전자신문과 기협중앙회·벤처기업협회·여성벤처기업협회·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공동주최하고 다산벤처가 후원하는 제27회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 숭실대 교수)이 26일 오후 서울강남상공회의소 대강당에서 ‘세계 IT경기침체에 따른 기업 환경변화와 벤처기업의 대응전략’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공개행사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 참석한 벤처기업 대표, 벤처캐피털 임원, 경제 연구소 및 학계 전문가들은 세계 IT경기 침체, 미국 테러사태 등으로 더욱 악화되고 있는 국내 벤처산업의 현황과 향후 대응방안 등에 대해 활발한 토의를 벌였다. 이날 토론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참석자=김정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민영우 중기청 벤처국장, 박양섭 무역협회 무역연구실장, 조내형 KTB네트워크 상무, 이은령 알파브레인 사장, 표학길 서울대 교수, 한미숙 베리텍 사장

 사회=오해석 벤처지원포럼 회장(숭실대 교수)

 장소=서울강남상공회의소 대강당

 

 △오해석(사회·벤처지원포럼 회장)=현재 경기침체에 따른 벤처기업들이 생존과 발전 전략을 모색하는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의 초점이 모아졌으면 합니다. 최근 수출하락세는 반도체, PC 때문이지만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은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SW 등 유망 수출품목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먼저 국내외 벤처상황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김정호(삼성경제연 수석연구원)=지금의 IT경제침체는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문제는 전문가들이 올해 2분기에 저점이 될 것으로 예측했던 게 빗나가고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입니다. 특히 벤처에 대한 인식이 아직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벤처를 마치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나누는 경향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닷컴기업은 수익모델이 없으며 IT벤처간 경쟁이 격화됐음에도 벤처 구조조정이 없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변수는 미국 테러사건과 보복전쟁 기간에 따라 회복 속도가 더욱 늦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98년 초기 생겨나 수익을 창출한 벤처를 살펴보면 이들은 대부분 대기업 내부에서 연구를 하다 나온 1세대로 대기업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성공한 경우입니다. 향후 벤처 창업은 더이상 아이디어만이 아니라 대학연구소를 중심으로 기초과학을 하는 연구실 벤처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많은 닷컴벤처들이 수익창출을 위해 콘텐츠 유료화, 오프라인 기업과 제휴 등을 생존모색의 방법으로 찾고 있으나 이러한 행태는 여지껏 투자한 것에 비하면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닷컴벤처들이 자금난 등 어려운 여건을 겪으면서도 문을 닫는 경우는 소수에 지나지 않으며 이런 비효율적인 벤처가 계속 살아남는 것은 효율적인 기업까지도 위태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박양섭(무역협회 무역연구실장)=대변혁기를 겪고 있는 경기상황에서 글로벌화가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염두에 둔 제품개발 및 전략구상이 필요합니다. 여기엔 특히 기술도 중요하지만 마케팅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젠 벤처기업들도 코스닥 등록을 최종 목표로 삼기보다는 제품 경쟁력 향상과 적극적인 시장개척에 의한 매출 확대에 주력해야 합니다. 해외시장 진출시 시장별로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해 차별화된 방법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또 선진국은 물론 후발국가 시장을 공략할 경우에도 이젠 첨단제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사회=벤처기업 뒤에는 벤처캐피털이 있습니다. 미국은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영향력이 막대한 시장으로 벤처캐피털리스트의 말 한마디가 나스닥 시장의 폭락을 좌지우지하는 정도입니다.

 △조내형(KTB네트워크 상무)=많은 벤처기업을 만나지만 벤처캐피털 자체가 수익을 내지 못해 어려운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벤처가 생겨난 데는 정부의 지원과 PC산업, 반도체산업, 인터넷산업, 네트워크산업, 통신장비산업 등이 유기적으로 역할을 해왔습니다. 여기에 엔터테인먼트, 정보보호, 솔루션 등의 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산업의 흐름은 벤처캐피털이 투자하는 행로와 같습니다. 최근 바이오산업으로 투자 방향을 선회했으나 산업 특성상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하고 위험도가 크기 때문에 꺼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대되는 방향은 애니메이션산업이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나노기술 등입니다. 최근 벤처캐피털들은 투자하고 싶어도 돈을 모으지 못해 투자를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는 현재까지 벤처에 투자된 자금 4조원이 기업공개를 통해 회수하기엔 상당한 기간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인수합병(M&A) 시장 활성화와 M&A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표학길(서울대 교수)=지난 95년까지는 미국 상장기업의 이익수준과 주가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지만 그 이후엔 급증하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IT를 기반으로 한 이러한 경제현상에 대해 이젠 수확체감이 아닌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도 제기돼 왔습니다. 또 이것이 경제전반에 확산되는 혁명으로 예견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이 현상이 일종의 버블이 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와 논쟁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 두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상황이 어느 정도 바닥권이 아닌가 봅니다. 문제는 회복시점인데 아직은 각 예측기관의 견해가 상이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일단 회복의 전기가 마련되면 회복속도는 생각보다 빠를 것으로 보입니다. 벤처에 유리한 요인들도 많지만 벤처가 기술과 아이디어를 개발, 사업화하고 기업공개 시장에 이르기까지 비벤처적인 과정을 겪어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즉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전통적인 기업관행을 소화해야 하는 모순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도 벤처산업을 확실히 지원할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벤처기업들의 기술과 전망에 대해 스크리닝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 해외 기술과 시장 현황 등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벤처기업들의 중복투자 및 개발에 따른 힘의 낭비와 간접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회=벤처기업이 활성화되면서 국내 IT분야에서도 여성의 진출이 활발해졌습니다. 벤처캐피털들은 투자 조건 중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게 CEO의 경영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IT분야에서는 여성들이 많은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미숙(베리텍 사장)=저희 회사는 창업한 지 1년 9개월 됐습니다. 창업 3개월 만에 많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업 초기 관심과는 반대로 투자유치가 어려워졌습니다. IT산업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전기의 발명과 마찬가지로 지속되는 사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통신장비 입찰을 살펴보면 최저가격입찰제로 운영돼 심지어 1원이라는 가격을 쓰고 낙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입찰에 있어 기본적인 비용이 고려되도록 최저가격입찰제에 대한 제도적 보강이 있어야 벤처들의 활로를 개척할 수 있습니다. 또 통신 단말기와 PC시장의 경우도 망사업자들이 초고속망과 IMT2000 등 인프라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선인터넷의 경우도 콘텐츠제공업자(CP)를 등록해 폐쇄된 무선인터넷을 하고 있으나 이는 단기적인 시각이며 장기적으로 통신망을 개방해 수요를 창출해야 합니다. 벤처는 마케팅과 자금 측면에서 너무나 힘이 없습니다. 통신사업자들이 운영하고 있는 해외산업단 등을 이용해 장비나 통신단말기업체, 통신사업자 등이 공동으로 해외 마케팅을 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벤처 거품론은 벤처캐피털의 책임도 있다고 봅니다. 이는 기업 평가모델이 부정확했다는 것을 반영하며 선진화된 평가방법을 도입해 정당한 평가를 실행하고 상호 윈윈하는 모습으로 나가야 하겠습니다.

 △이은령(알파브레인 사장)=벤처기업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제품, 솔루션을 개발했을 때 부딪치는 문제가 마케팅·홍보 등의 문제입니다. 또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들어갔을 때 국내외 시장 관계자들과 협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물론 제품 판매는 기업에 1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마케팅관련 역량제고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더 확대되길 바랍니다. 특히 기업별로 차별화되고 다양한 형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부에 바라는 점은 수출기업 신상품 개발지원자금을 마련해 기존 기술 및 제품의 효과적 사업화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벤처기업간,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각각 보유하고 있는 수출관련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대외 경쟁력 제고에 공동 대처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여성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정책지원에서 일정한 비율의 혜택도 고려돼야 합니다.

 △민영우(중기청 벤처국장)=최근 경제침체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IT가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IT의 불황은 시기만 빨라졌을 뿐 예정된 수순이었으며 이로 인해 시장 정리의 절차를 밟고 있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봅니다. 정부에서 벤처기업의 현황을 조사해보면 64%가 제조기업이며 또 1만개의 벤처기업 중 60%에 달하는 기업이 초기 성장 기업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이 중 최근 문제시되고 있는 벤처기업확인제도는 KS제도와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자격기준을 맞췄다는 표시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초창기 KS제도가 품질이 가장 우수한 제품에 붙는 마크로 오인됐던 것처럼 벤처기업확인제도도 최고 벤처기업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제도는 아닙니다. 벤처기업확인제도는 최소의 기반을 갖춘 벤처기업을 확인하는 제도며 정부가 이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세제지원 등을 위한 수단입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직접지원보다는 인프라 확충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벤처 개발비에 관한 많은 지원을 하고 있으나 벤처기업들은 이런 지원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나오는 많은 지원들을 벤처기업이 나서서 찾아 혜택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수한 기업이 일반 은행이나 투자기관에서 담보력이 없으면 대출이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곤 합니다. 정부는 이를 막고자 이노베이션 정책을 통해 1년에 1000여개 업체에 지원할 예정입니다. 또 여성 기업을 지원하려고 총 80억원의 내년 정부 예산이 편성돼 있습니다.

 △김정호=현재 IT산업 침체는 급성장하다 기술의 한계에 부딪친 데 따른 점도 있습니다. 최근까지 발전된 기술은 사무실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발전해왔지만 향후 기술은 휴먼 인터페이스를 지향하는 홈과 모바일 분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장이 확대될 때 다시 한번 IT시장의 부흥이 예견되고 있습니다. 또 벤처기업도 기술에 대한 자신감은 중요하지만 과신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활성화된 기업 및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빠른 속도로 선진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기업의 궁극적인 사업전략이 IPO인지 M&A인지 명확히 설정해야 하며 각 기업의 보유정보 공유를 통한 진정한 윈윈 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이밖에도 해외법인 설립 후 현지 대표에 대한 의사 결정권을 높임으로써 사업전개시 소요되는 시간의 낭비를 막아야 합니다.

<정리=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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