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장비업계에 저가 수주경쟁 바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 4월 한국통신이 실시한 60만회선 규모의 ADSL장비 입찰에서 삼성전자가 포트당 126달러의 가격으로 수주권을 획득, ADSL 가격의 폭락과 업체간 저가경쟁을 촉발한 이후 최근에는 차세대 네트워크장비로 주목받고 있는 광전송장비와 무선랜 분야에서도 장비공급업체들간 저가 수주경쟁이 심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광전송장비와 무선랜장비는 이미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ADSL과 달리 최근들어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차세대 네트워크장비임에도 불구하고 시장형성기부터 업체간 저가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그동안 가급적 저가경쟁을 지양해온 다국적 네트워크장비 업체들이 앞다퉈 저가경쟁에 나서면서 시장질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광전송장비 분야에서는 최근 한국통신이 실시한 DWDM 장비 구매를 위한 입찰에서 루슨트가 한국통신이 당초 예산으로 책정한 150억원의 60%에 못미치는 89억원의 가격으로 수주권을 획득해 35대의 장비를 공급하게 됐다. 다국적 광전송장비 업체들은 당초 한국통신이 이번 입찰에 150억원의 예산을 책정한 것과 관련, 예산이 너무 적어 장비공급이 적정가격에 이뤄지기 어렵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업체간 저가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돼 노텔네트웍스 등 입찰참여업체 일부가 100억원 이하의 가격을 제시했으며 결국 89억원의 가격을 써낸 루슨트가 장비공급 자격을 획득, 광전송장비 업체들간의 저가 수주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선랜 분야에서는 최근 다국적 네트워크업체의 저가공세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하나로통신이 실시한 1000여만원 규모의 입찰에서 쓰리콤이 입찰가격을 1원으로 써내는 사태마저 벌어졌다.
다국적 네트워크장비 업체의 파상적인 저가공세로 무선랜장비 가격은 이미 올초보다 30∼50%까지 하락했으나 앞으로 업체간 저가 수주경쟁이 계속될 경우 장비가격의 추가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국적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이 이처럼 광전송장비 및 무선랜장비 등 신규 주력사업분야에서조차 치열한 저가경쟁을 벌이며 공급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은 우선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저가경쟁을 통해서라도 우선은 시장을 선점, 앞으로 있을 입찰경쟁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사업전략도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주물량 확보를 위한 가격인하 경쟁은 항상 있는 일이긴 하지만 지금처럼 신규 주력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분야에서조차 밀어내기식 저가경쟁이 일상화되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며 “이는 네트워크장비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위축돼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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