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사이언스>(16)재대혈

 아기가 태어나면서 버려지는 것으로 알고 있던 탯줄이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새로운 자원으로 떠올랐다. 출산 후 버려지던 탯줄은 백혈병과 유방암·난소암은 물론 재생불량성 빈혈 같은 혈액질환, 면역체계 결함에 이르기까지 골수이식을 통해 치료할 수 있는 모든 질환에 적용될 수 있다.

 탯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탯줄 속 혈액인 ‘재대혈’ 때문이다. 재대혈은 골수와 같이 다양한 혈액을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가 풍부하다.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공장인 골수가 병들었을 때 건강하고 새로운 조혈모세포를 환자에게 주입하면 신선한 혈액을 만들 수 있어 병을 치료할 수 있다. 특히 재대혈은 골수이식자를 따로 찾을 필요가 없이 자신의 탯줄 속 혈액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기 때문에 환자 상태에 맞춰 즉시 공급할 수 있다.

 기존 골수이식은 6개의 조직적합성 항원 타입이 모두 일치해야 하지만 재대혈이식은 4개만 일치해도 가능하다. 성인의 골수세포 이식시에는 이미 성인의 림프구가 많이 섞여 이식된다.

 그런데 이들 골수세포는 조직이 맞다 할지라도 이미 내 것과 남의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 뛰어나 남의 몸에 들어가면 공격을 시작해 이식편대숙주병(GVHD:Graft Versus Host Disease)이라는 문제를 일으킨다. 이식편대숙주병은 이식된 골수 속에 존재하는 T림프구가 환자의 몸안에서 환자의 세포나 조직을 남의 것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반응이다.

 골수를 이식할 때 가장 큰 문제인 이 반응은 미리 환자의 면역세포를 없앤 상태에서 새로운 면역세포를 주입하기 때문에 들어온 세포가 그만큼 환자를 공격하기 쉽기 때문에 일어난다. 반면 재대혈 안의 림프구는 미성숙하기 때문에 함께 섞여 들어가도 혈액 내에서 내 것인지 남의 것인지를 구별하기 어렵다. 재대혈 내의 조혈모세포는 왕성하게 분열하기 때문에 50∼150cc만 이식해도 어른 골수 500cc 이상을 이식한 효과를 볼 수 있으면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더욱이 많은 종류의 암이 방사선과 화학요법으로 치료돼 정상세포는 물론 면역체계까지 손상당하는 것에 비해 조혈모세포는 면역체계를 복원해주고 정상세포를 만들어준다.

 재대혈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재대혈을 보관하지 못한 가족 구성원에게도 조직적합성이 일치할 확률이 높아 가족의 질병도 치료할 수 있다.

 판코니 빈혈이라는 유전질환을 앓고 있는 6살 난 딸을 가진 미국의 한 부모는 지난해 시험관 수정을 통해 동생을 출산한 후 탯줄 혈액의 조혈모세포를 딸에게 이식해 질병을 치료했다.

 그동안의 연구에 따르면 골수 이식이 가능한 확률은 형제간에는 4분의 1, 타인은 1만7000분의 1이지만 탯줄 혈액은 직계 가족간에는 거의 100%에 가깝게 사용할 수 있고 타인 사이에도 3000분의 1로 확률이 높아진다.

 재대혈은 분만시 배출되는 태반과 탯줄을 바로 채취해 신체적인 고통이 없고 채취 시간도 짧다.

 골수 이식 외에도 태반과 탯줄에는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한 온갖 호르몬과 효소가 들어 있어 제약업체와 바이오업체들이 신약개발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편 탯줄 혈액의 유용성에도 현행법상 태반과 탯줄은 병원에서 나오는 적출물로 분리돼 소각하도록 돼 있어 탯줄 혈액 이식에 대한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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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트명 사이트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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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코드블러드레지스트리 http://www.cordbloo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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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탯줄기증재단 http://www.cordblooddon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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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http://www.stemcel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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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디포스트 http://www.medi-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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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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