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응전태세 계기로 본 군수용 칩·디스플레이 `세상`

 ‘패트리어트 미사일에는 반도체가 몇개나 들어갈까.’

 미국의 보복공격이 임박한 가운데 반도체를 비롯해 군사용으로 쓰이는 핵심부품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새삼 고조되고 있다.

 군수부품은 일반 전자제품용과 달리 안정성과 신뢰성이 높아야 하는 특성상 고도의 정밀기술을 요구한다. 그만큼 기술수준이 높으며 값도 비싸다. 규모는 크지 않으나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부품업체들은 군수용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반도체는 미사일·전투기는 물론 군사 및 첩보기관의 전자감시기기·데이터처리기기·위성관제시스템 등에 두루 쓰인다. 무기와 군사시설이 갈수록 첨단화되면서 반도체 없는 전쟁을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심지어 어떤 반도체를 쓰느냐에 따라 전쟁의 성패가 달라진다는 주장도 있다.

 군수용 칩은 고도의 패키징과 안정성이 보장돼야 한다. 영하 40도에서 영상 120도까지 폭넓은 온도변화에 견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설계와 생산이 까다롭다. 주로 방산업체와 공동 제조한다. 이 때문에 군사용 칩은 일반 칩에 비해 10배 이상의 수익을 안겨준다.

 인텔은 386·486 펜티엄 등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생산할 때 특정 모델에는 꼭 군수용 제품들을 병행해 생산해왔다.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도 주력제품인 디지털신호처리기(DSP) 외에 다양한 아날로그 제품을 레이더·무전기·전투기 등에 적용되는 군수용으로 생산·공급하고 있다. 

 최근 군수용 칩은 특정용도에 맞게 설계되는 내장형(임베디드) 마이크로컨트롤러(MCU) 형태로 바뀌는 추세다. 이 바람에 일반 반도체 업체보다는 특정 분야의 전문업체들이 군수용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베어스턴스라는 증권회사는 이번 테러사태를 계기로 군사용 반도체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면서 인텔·TI·LSI로직스·내셔널세미컨덕터·알테라·사이프레스세미컨덕터·트리퀸트세미컨덕터·래티스세미컨덕터·자일링스 등을 꼽았다.

 ◇디스플레이 분야=디스플레이도 엄연히 군수용 부품이다. 전투기나 장갑차, 지휘본부의 관제시스템에 주로 쓰인다. 최근에는 특수 TFT LCD를 채택한 야전용 노트북도 나오고 있다. 군사용 디스플레이의 특징은 항온과 고휘도로 요약된다. 극지방이나 열대지역에서도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또 야외에서도 선명한 화면을 제공해야 해 휘도가 높다. 일반 노트북용 TFT LCD의 휘도는 150니트(1nit는 1㎡당 촛불 2개의 밝기)인데 군사용 TFT LCD는 1000니트를 넘는다. 휘도가 높아 열이 많다. 별도의 냉각시스템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군사용 디스플레이의 주력은 브라운관(CRT)이나 보급형 액정표시장치(STN LCD)였으나 최근 TFT LCD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정밀한 판독은 물론 데이터 호환성과 공간절약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10인치 미만 제품이 많았으나 갈수록 화면이 커지는 추세다.

 TFT LCD는 동급 모니터용 제품에 비해 가격은 3∼5배 정도 비싸다. LG필립스LCD·삼성전자 등 TFT LCD 업체들은 이러한 이유로 최근 군사용 시장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센서 분야=칠흑같은 어둠속에서도 적을 감지하는 야간전장비는 필수적이다. 야간전장비의 핵심은 신체 적외선을 탐지하는 적외선(IR)센서기술로 미국이 베트남전을 통해 실용화했다. IR센서는 크게 냉각형과 비냉각형으로 나뉜다. 냉각형 적외선센서는 탐지성능은 좋지만 냉각장비로 인해 덩치가 크고 무겁다. 의료장비나 미사일, 공격헬기 등 대형시스템의 유도장비로 널리 쓰인다. 반면 비냉각형 적외선센서는 덩치가 작아 보병이 휴대하는 야시경에 사용된다. 이 보병용 야시경은 최근 수년 동안 대량보급으로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지만 여전히 대당 300만∼400만원대의 고가장비에 속한다. 국내에서도 군수용으로 볼로미터 구동방식에 바나듐옥사이드를 주소재로 사용한 비냉각식 적외선센서를 개발중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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