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남북 장관급회담(15∼18일)이후 남북IT교류협력사업 기상도는 일단 ‘맑음’으로 예보할 수 있을 것 같다. 양측이 합의한 5개항 가운데 IT분야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는 항목은 당국간 대화와 민간협력사업 적극지원과 제2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개최 등 2개 부문. 이가운데 민간협렵사업 지원 부문은 6·15이후 경제분야 남북 교류사업을 사실상 IT분야가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양측의 IT업계에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그동안 IT교류협력사업은 남측의 경우 개별 민간기업들이 주체가 되었고 북측은 무역성이라는 국가기관이 직접 관장함으로써 여러가지 문제점과 비효율성을 낳았다. 이번에 합의한 사항들은 바로 이런 문제점들을 직시하고 민간차원에서 다양한 접촉과 교류 협력사업이 벌어질 수 있도록 당국이 직접 지원하고 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함께 오는 10월23일 열기로 한 제2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부문 역시 IT분야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개성공단 조성 등 그동안 답보상태를 거듭해온 남북합작사업에 관한 논의가 본격 재개될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개성공단조성과 함께 철도연결사업이 본격추진될 경우 당국 차원의 IT인프라 지원과 남측의 IT기업 입주 문제등이 자연스럽게 부각될 것으로 보여 IT분야의 남북교류사업은 그야말로 본궤도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진행중인 주요 IT교류협력 사업 분야를 점검해보고 장관급회담이후를 전망해본다.◆
◇남북IT합작사업=현재 추진중인 합작사업으로는 현대아산의 개성공단 조성을 비롯하여 엔트랙이 북한 민경련 산하 광명성총회사와 벌이기로 한 IT중심의 경제협력사업단지인 ‘고려기술제작소’, 하나비즈가 평양정보센터와 함께 조성하기로 한 단둥-신의주멀티미디어소프트웨어단지 등이 있다. 개성공단조성사업에는 현대아산과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이 첨단 전자부품전용공단을 조성키로 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또 KBL은 금강산국제그룹과 제휴해 광명성총회사와 공동으로 남북한 전자상거래사업을 하는 합영회사를 지난 상반기 중 설립키로 계약을 맺은바 있다.
이들 사업은 개성공단을 제외하고는 모두 개별기업들이 여러 악조건을 무릅쓰고 단독으로 추진해온 것들이다. 그나마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이후 남북 및 북미관계가 경색되면서 사실상 담보상태에 있었다.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합의한 당국의 민간협력사업의 적극지원 합의는 이처럼 답보상태에 있던 합작사업들을 재추진하는데 직접적인 엔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IT공동개발사업=삼성전자와 조선콤퓨터센터가 공동으로 남측의 ‘훈민정음’과 북측의 ‘창덕’ 등 남북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워드프로세서를 통합키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각기 다른 컴퓨터자판과 입력방식의 통합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이어서 남북 모두에세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삼성전자는 또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 휴대폰 단말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놓고 북한과 협상을 진행중이다.
번역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엘엔아이소프트도 평양정보센터와 중한 번역 소프트웨어를 공동개발키로 합의했었다. 개발비와 인력을 양측이 절반씩 부담하며 엘엔아이는 장비와 번역 프로그램 개발 엔진을, 북측은 음성인식·번역 데이터베이스(DB) 개발 기술을 제공하는 조건이다. 한의학정보서비스전문업체인 허브메디닷컴도 북한측과 고려의학(한의학) 및 바둑 관련 콘텐츠를 남측의 실정에 맞게 재가공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들 공동개발사업들은 대부분 시장 불투명성, 남북관계의 경색 등으로 사실상 중단상태에 있다가 이번 장관급회담을 계기로 개발이나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남북이산가족 ‘사이버면회소’ 설치=남북 이산가족 ‘사이버면회소’ 설치는 지난 2월 우암닷컴과 기가링크측 관계자들이 북한을 방문하여 민경련 등과 집중 합의했던 사항이었으나 협상창구의 혼선, 남북관계의 경색등으로 지지부진상태에 머물러 있다. 당시 우암닷컴 등은 북측과의 영상 소프트웨어 공동개발사업을 통해 판문점과 금강산을 거점으로 개성·평양·신의주와 남한의 각 가정을 연결하는 남북 이산가족을 위한 ‘사이버영상 면회시스템’을 올해 안에 구축키로 한 바 있다. 사이버면회소 설치는 특히 단순히 인터넷을 통해 남북한주민을 접촉한다는 의미 외에도 북한으로 하여금 인터넷을 통한 통신개방을 유도할 수 있으며 남북 양측의 관련산업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통신·물류 인프라 지원사업= 제2차 남북경협추진위에서 개성공단 건설과 남북한간 경의선 철도 연결사업 등이 집중논의됨에 따라 남북간 통신 및 물류 인프라 구축 움직임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우선 현대가 지난해부터 국내 통신사업자들과 함께 추진해온 대북 통신현대화 사업 계획이 재검토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는 당초 평양시내에 CDMA 기지국을 세우고 단말기를 공급하는등 개성 서해안 공단에 광통신망을 구축키로 하는 한편, 금강산 관광특구의 유무선 통신망 확대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었다.
이밖에 표준과학연구원이 올초 정부에 건의한 북한내 측정표준센터 설립 등 남북간 경협확대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표준연측은 측정표준센터가 설립될 경우 남북간 측정표준 상호 인정체계 구축을 통해 남북간 물류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바세나르 협약·이중과세 문제= 그동안 남북 IT교류 협력의 국제적인 장벽으로 지목돼온 대북 전략물자 반출제한 제도 ’바세나르 협약’에 대한 남한 정부의 역할 변화가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미국 주도의 바세나르 협약은 북한과 이라크등 소위 테러가 우려되는 국가들에 대해 ’재래식 무기와 전략물자 및 기술’수출을 통제하기 위해 결성된 다국적 합의체로서 남한은 회원국으로서 일정 품목에 대한 대북 수출을 통제해 왔다. 그동안 이 바세나르 협약으로 인해 남한의 민간 기업들은 북측과의 IT협력 사업에서 발목을 잡혀온게 사실이다.
이와함께 제2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4개 경협합의서의 발효를 협의키로 함에 따라 남북간 경협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은 지난해 11월 평양에서 열린 제2차 남북경협 실무접촉에서 보상·송금·분쟁 해결·투자보장 등 4개 항의 합의서에 가서명 한바 있다.
◇기술표준화문제=IT교류협력사업에서 최대 장애요소가 돼온 IT 표준화 작업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 그동안 민간 차원에서 진행해온 남북간 컴퓨터 자판배열, 한글 자모 순서, 정보기술 용어등 정보처리 체계분야 표준화 작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도 기대되고 있다. 이외에 지난 상반기 북측이 남한에 요청해온 정보기술 관련 도서의 남북교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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