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는 현 상태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채권은행단이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신규투자를 2∼3개월 안에 재추진하자며 사실상 보류하면서 하이닉스가 반도체 전문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이닉스는 올들어 유동성 위기로 빚어진 급한 불을 끄느라 기술개발 및 설비증설 등에 대한 투자는 거의 전무한 상황.
이는 지난해 1조7000억원의 신규투자를 통해 0.18미크론 공정기술 개발과 차기 제품 로드맵을 마련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더욱이 다소 축소되기는 했어도 삼성전자가 올해도 3조2000억원을 메모리사업에, 6000억원을 비메모리사업에 투입하기로 한 것과도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같은 상황이 되자 업계에서는 지난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에서 3위를 차지했던 하이닉스의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삼성전자가 플래시메모리 생산라인을 0.12미크론 공정으로 바꿔 양산에 들어가고 TSMC가 300㎜ 설비를 통해 양산을 시작하는 등 경쟁사들이 빠르게 기술 업그레이드를 하는 상황에서 투자가 지속되지 않으면 당연히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 일부에서는 “하이닉스가 급한 유동성 위기를 모면했다고는 하나 신규투자가 병행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회생은 어렵다”면서 “자칫 잘못하면 노후공정만 남아 파운드리 전문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위기의식은 하이닉스 내부에서 더욱 팽배하다.
공정기술이 한단계씩 발전할 때마다 30% 가량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 평균 0.18미크론 공정에 머무르고 있는 하이닉스로서는 그만큼 원가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내부 직원들의 우려다.
그동안 채권단을 찾아다니며 신규투자의 필요성을 내세우며 설득작업을 벌여온 박종섭 사장도 14일 금융감독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현대계열사 특혜지원 논란’의 증인으로 나와 “6000억원의 신규투자만 있으면 당장의 경쟁력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이 자리에서 “하이닉스가 영업경쟁력에서는 마이크론·인피니온 보다 매출총액·현금창출능력 등에서 앞서고 영업손실도 적게 보고 있다”면서 “내년에 반도체 가격이 1.5달러만 되면 1조2000억원을 자체 조달할 수 있게 된다”며 신규투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초 채권은행단에 5000억원의 신규투자를 요청했던 살로만스미스바니(SSB)와 주 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신규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지속적인 기술투자를 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반도체산업 특성상을 고려해서라는 설명이다.
하이닉스가 회생의 길을 걸어 반도체강국 한국을 만들지, 도시바·NEC와 함께 D램시장에서 퇴출의 길을 걷게 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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