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 메가톤급 후폭풍

 IT산업이 미국 연쇄테러사태로 인한 후폭풍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11일 저녁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 등을 잇따라 폭파한 사상초유의 초대형 연쇄테러 사태로 가뜩이나 미국 수출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IT산업이 최대의 위기국면으로 내몰리고 있다. 더욱이 이번 사태로 전세계 경제가 흔들리면서 이 영향까지 받을 움직임을 보여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태발발 하루 만에 국내증시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만큼 사상최대로 폭락했으며 미주노선 국적항공기 운항취소로 반도체·이동전화·컴퓨터 부분품 등 IT제품의 대미수출이 하루에만 2500만달러 어치 차질을 빚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 IT업계는 선박운항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항로취소에 따른 피해는 줄어들 수 있지만 이번 사태가 미국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에 대비해 자구책마련과 함께 경영목표 재조정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수출감소 등을 감안하면 최근 3.6%로 발표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춰야 할 상황이라 기업들이 올 경영목표 재조정은 물론 내년도 밑그림도 다시 그려야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에서는 이번 테러사태가 1개 도시규모에 맞먹을 정도로 유동인구가 15만명에 달하는 세계무역센터이고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미국의 심장부라는 상징적 의미 때문에 세계 경제를 장기불황으로 끌고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불안심리가 높아진 미국민들의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회복조짐을 보이던 미국경기가 다시 침체국면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 연말로 예상된 경기회복시기가 최소한 3개월에서 6개월 이상 지연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미국이 이번 테러의 배후로 의심되는 집단이나 국가에 대해 무력대응에 나설 경우 지난 72년 중동사태와 같은 장기적인 세계 경제 침체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이럴 경우 달러화 폭락과 금리 폭등 등 세계 외환 및 금융시장이 불안정하고 핫머니의 대거 이동과 유가폭등과 같은 세계경제 불안이 가중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IT산업과 증시는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여서 이번 사태가 단기침체로 끝나더라도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장기 불황 국면으로 치닫을 경우 치명적인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미국경기가 단기 침체로 끝나더라도 내년 말에야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 미국 IT시장의 회복시기가 더 늦어져 생산과 재고, 자금운용 등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긴축경영과 금리폭등 등에대한 대처방안을 제때에 마련하지 않을 경우 커다란 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IT벤처업계의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금융불안과 금리상승에 따른 간접금융도 악화돼 국내 벤처산업에 치명상을 입힐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무력대응과 같은 세계정세가 불안해져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경우 세계 경기가 동반하락, 수출다변화를 통해 난국을 헤쳐나가려던 국내 IT업계의 자구노력이 물거품이 될 공산이 높을 전망이다.

 국내 IT업계는 이번 테러사태가 미국경기와 세계경제를 어떤 상황으로 몰고갈 것인지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장단기 대책 마련을 위한 비상대책 회의를 소집하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업계관계자들은 “국내 IT산업은 테러사태 이전에도 대미수출 부진이라는 외적 변수가 크게 작용, 마땅한 대응책이 없었는데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현재로서는 별다른 대안을 찾기가 더 힘든 실정”이라며 실토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이번 사태가 어떤 국면으로 이어지던 국내업계가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며 “국내 IT업계가 사태악화에 대비한 구조조정과 긴축경영과 같은 자구책을 강구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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