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발생한 테러로 인해 국내 유통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주기판이나 그래픽카드 등 대다수의 품목들은 싱가포르나 대만 등지로부터 수입돼 국내시장 공급에는 차질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CPU 등 미국 본사의 영향을 받는 품목들은 12일부터 사재기 조짐이 보이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CPU 확보경쟁 돌입
인텔 CPU의 경우 최근 인텔의 가격인하와 함께 SD램을 지원하는 845칩세트 공식발표로 인해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한 펜티엄4 소켓478 CPU는 가뜩이나 물량이 모자란 데다 이번 사고로 인해 앞으로 물량공급이 원활치 않을 것으로 보여 가격상승이 예상된다.
국내에 공급되고 있는 인텔 CPU는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생산되는 것이지만 펜티엄4 소켓478 CPU의 코어와 845주기판 칩세트 등은 미국의 코스타리카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부품공급이 장기간 차질화될 경우 펜티엄4 CPU는 물론 845칩세트 공급 자체도 원활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CPU 유통업계는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재고를 최대한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인텔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펜티엄4와 845칩세트의 공급이 원활치 않을 것으로 보여 최대한 재고를 유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해외의 업체와 직접 거래하는 업체들도 당장 CPU조달에 차질이 빚어졌다.
홍콩에서 인텔 CPU를 소싱하는 LG상사는 홍콩의 유통업체로부터 CPU가 들어오기로 돼 있었으나 미국의 돌발적인 상황으로 인해 CPU를 공급받지 못하게 됐다. 이 회사는 용산 그레이 시장이나 대리점을 통해 구입해야 할 처지다.
이처럼 국내 유통업체들이 재고를 최대한 유지키로 함에 따라 12일 오후부터 용산 등지에서 거래되는 펜티엄4 CPU가격이 일제히 오름세로 돌아섰다.
◇업체별 희비 엇갈려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업계는 다소 안심하는 표정이다. 시게이트와 맥스터 등은 대부분 아시아 싱가포르에서 생산하고 사업체제도 아시아 지사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제품 공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맥스터 제품을 공급하는 LG상사, 시게이트와 웨스턴디지털 제품을 공급하는 카르마코리아 등은 이날 오전 HDD 수급현황을 점검했으나 아직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반면 메모리 유통업계는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혀 국내 시장이 더욱 악화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삼성메모리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펜티엄4 CPU와 845칩세트로 겨우 메모리 시세가 보합세를 보이는가 했는데 아마도 이번 사태로 인해 또다시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CPU와 메모리를 제외하고는 시장에서 아직까지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지는 않다. 대부분이 대만산인 까닭이다.
주기판과 그래픽카드 등을 수입하는 업체들은 오히려 달러화 평가절하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하는 눈치다. 지금까지 현금 또는 ‘앳사이트LC(Letter of Credit)’를 결제방식으로 채택했던 업체들은 별다를 게 없지만 ‘유전스LC’를 사용하는 업체들은 앞으로 환율인하로 인해 대폭의 환차익을 예상하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 우려
일반 상인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확산되고 우리나라도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제 겨우 IMF 상황을 벗어나 경기 저점에서 탈출을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세계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테러로 인해 국내 경기는 당분간은 회복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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