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3일 ‘한국,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졸업한다’라는 소식이 각종 언론매체의 주요 지면을 장식했다. 또한 이 때를 전후로 국내 주요 기업들이 감량경영에 착수했다는 기사도 거의 같은 비중으로 보도됐다.
국내 주요 대기업인 삼성, LG, 한국통신 등이 긴축경영을 선언하면서 허리띠를 다시 조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당초 예정됐던 시설투자 비용 중 1조원을 축소시켰으며 삼성물산도 3200억원 정도의 자산 매각을 추진중이다. LG도 전계열사의 투자 계획을 재점검하고 있으며 LG전자는 경상비의 20%를 삭감하기로 했다.
매년 연매출액의 35∼50%를 설비투자에 지출해온 국가 기간통신사업자 한국통신도 긴축예산 운영계획을 확정하고 하반기에만 1조원을 절감하는 것을 골자로 한 수익중시 경영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전문가들은 국내 주요 IT 기업들의 긴축경영 움직임은 그렇지 않아도 위축된 IT산업의 경기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고 말한다. 특히 통신사업자들의 투자에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는 국내 IT산업이 현재 상태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주요 기업들의 긴축경영은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환위기로 인해 야기된 IMF 때의 전략과는 방향을 달리 가져갈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가 기형적 재무 구조로 인해 야기된 ‘유동성’ 위기라면 지금은 IT 시장의 주력 상품이 차세대 제품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기적 불황’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김창현 연구원은 인원감축, 설비투자 축소 등을 통한 긴축 경영이 언제나 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기업의 전략적 자산을 훼손하면서 제2, 3의 긴축 경영을 가져오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지난 98년 불황 때 인위적인 인력 감축을 단행한 루슨트, 디지털 이큅먼트 등의 주가가 시장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주가 수준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또 설비투자 축소 등 무리한 비용절감이 제품 및 서비스 질의 하락을 가져와 고객 불만을 높이고 매출 감소를 야기하며 지속적인 경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긴축 경영도 눈에 보이는 지표상의 향상보다는 미래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비용을 줄이되 영업 비용과 인건비를 무조건 줄이는 방식보다는 전자조달, 전사적자원관리, 공급망관리 등의 방식을 통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선진기업들은 불황기일수록 설비투자를 강화하거나 설비투자를 축소하더라도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하는 등 구시대적인 긴축 격영의 폐단을 피하면서 미래의 수익성 극대화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경영학자들의 견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동전화 단말기 제조업체인 노키아, 에릭슨, 모토로라는 경기 불황으로 지난 상반기 매출과 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지만 R&D 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하거나 적어도 같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아웃소싱의 비중을 높이고 제조부분에 대한 시설 투자를 줄였지만 경쟁력의 핵심인 R&D 투자를 강화함으로써 호황기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설비투자는 급격히 위축시키면서도 R&D나 마케팅 투자는 강화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앞으로 한국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축소시키게 될 뿐 아니라 ‘첨단’과 ‘유행’만을 좇아가다 지치게 돼 결국 전반적인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경쟁 우위에 대한 고민 없이 긴축 경영만 되풀이된다면 5년 또는 10년 후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IMF체제 기간 동안 갖춰진 재무건정성을 바탕으로 설비투자 및 R&D투자 등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불황기를 돌파할 필요성이 있다고 경제전문가들은 귀띔하고 있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인터뷰-KTF 경영기획실 표현명 상무
무선통신사업자인 KTF(대표 이용경 http://www.ktf.com)는 국내외의 장기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설비 투자 등은 종전대로 유지하며 내부적으로 원가절감을 통해 불황 극복을 꾀하고 있다.
KTF 경영기획실 표현명 상무는 “투자할 것은 하고 아웃소싱과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 상무에 따르면 KTF는 하반기중에 1600억원의 설비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며 내년 초 서비스를 계획중인 초고속무선인터넷(HDR) 투자도 서둘러 실시할 방침이다.
또 무선인터넷 경쟁력 강화를 위해 콘텐츠 제공업체 등에 지원을 계속하며 과감한 투자로 새로운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갖추는 등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웃소싱을 통한 기업 체질 개선을 위해 기지국 운영관리, 고객센터, 지점 등을 이미 분사한 데 이어 최근 단말기 사업부분을 독립시켜 경영의 효율성을 꾀하고 있다. 또 각종 기술을 보유한 회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급변하는 시장에 대처하고 있다.
KTF는 외부적인 투자 이외에도 내부적으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표 상무는 “비용을 30% 줄이면 수익성이 10% 상승된다”며 “e매니지먼트를 통해 올해 1000억원에 가까운 원가절감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회사 자원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하고 자원을 효과적으로 재배치했으며 인터넷을 통해 사내 소모성자재·용역구매 등을 실시, 상당한 비용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표 상무는 또 “눈에 보이는 자산뿐 아니라 각 부서원들이 갖고 있는 지식, 아이디어 등 무형 자산들을 활용, 불황을 적극적으로 극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
1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2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3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4
5대 거래소, 코인 불장 속 상장 러시
-
5
현대차, 차세대 아이오닉5에 구글맵 첫 탑재
-
6
'주사율 한계 돌파' 삼성D, 세계 첫 500Hz 패널 개발
-
7
나무가, 비전 센싱 기반 신사업 강화…“2027년 매출 6000억 이상”
-
8
美 한인갱단, '소녀상 모욕' 소말리 응징 예고...“미국 올 생각 접어”
-
9
아주대, GIST와 초저전압 고감도 전자피부 개발…헬스케어 혁신 기대
-
10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