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빼어난 반도체 부품·소재업체 외국회사 M&A 주요 표적

 반도체 부품 및 소재업체들의 경영권이 외국인 손으로 속속 넘어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서만 세종하이테크·피케이엘·벨하이텍 등 기술력 있는 국내업체들의 주인이 외국회사로 잇따라 바뀌었다.

 최근 업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외국계기업의 국내 기업인수 작업은 시세차익 확보에 목적을 둔 단순투자가 아니라 경영권 인수와 함께 시너지 효과 창출을 통한 시장공략이 주를 이루고 있어 인수기업의 시장영향력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파나마법인인 소너스마린에스에이는 지난 4월 말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압연기술 보유업체 세종하이테크의 지분 26.7%를 장외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소너스마린에스에이는 세종하이테크의 회사명을 소너스테크놀로지스로 변경하는 동시에 김희인 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한 데 이어 7월 말에는 해외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독일 베를린증권거래소(BSE)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달 말에는 미국계 포토마스크 전문기업 포트로닉스가 우리나라 반도체용 포토마스크 시장에서 60% 가량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피케이엘의 지분 50.7%를 전격 인수, 새 주인이 됐다.

 전세계 포토마스크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기록중인 포트로닉스는 그동안 피케이엘과 듀폰의 기세에 눌려 한국진출을 포기한 상태였으나 이번 피케이엘의 절대지분 인수로 한국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포토마스크 1위 업체인 듀폰에 근소한 차이로 뒤져 2위에 머무르고 있는 포트로닉스는 한국 1위의 기업을 인수함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시장에서 맹주가 되는 것은 물론 듀폰으로부터 세계 1위를 탈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달들어서는 프랑스계 반도체 페이스트(paste) 전문업체 프로타빅이 국내 경쟁업체 벨하이텍의 지분 51%를 인수, 경영권을 확보했다.

 프로타빅은 반도체 및 전자부품을 인쇄회로기판(PCB)에 접착하는 데 쓰이는 페이스트를 제조하는 회사로 프랑스의 종합화학회사 프로텍스인터내셔널그룹의 계열사다.

 프로타빅의 모회사인 프로텍스인터내셔널은 벨하이텍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프로텍스인터내셔널그룹 한국지사장인 이영근 사장을 선임했으며 프로타빅코리아의 박찬호 지사장을 마케팅 및 기술지원 총괄임원역에 배치하는 등 본격적인 시장공략을 위한 기반작업을 준비중이다.

 프로타빅의 이번 벨하이텍 인수에 따라 모회사인 프로텍스인터내셔널그룹은 올들어 인수한 미국의 페이스트 업체 IPN인더스트리를 포함해 총 3개의 페이스트 전문업체를 계열사로 확보하게 돼 페이스트 시장에서 영향력 강화가 가능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각 분야에서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주식 및 자금시장의 불안으로 인해 기술력과 상관없이 기업가치가 하락한 국내기업이 늘어나면서 외국계 경쟁업체 및 투자회사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기업의 자금경기가 단시일 안에 나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런 사례는 더욱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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