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장비시장에 `韓流` 열풍부나](4/끝)국내사업 대응전략

 중국 진출·마케팅 경험이 일천한 국내 PCB장비업계가 만리장성을 넘는 데는 숱한 과제가 놓여 있다.

 우선 국내 PCB장비업계가 ‘중국’을 모른다는 점이다. 선전에 한국 PCB장비 제조창을 설립한 에덴기계의 이연우 회장은 “수년 동안 중국 PCB장비를 판매하면서 얻은 경험 중 하나가 ‘중국 비즈니스는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는 인식을 받았다”고 말했다.

 분명히 장비를 구매하겠다고 밝히고서는 갖가지 트집을 잡아 계약 자체를 무산시키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 결국 중국 비즈니스에 성공하려면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게 이연우 회장의 충고다.

 지난 4년간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각종 PCB 전시회에 출품한 바 있는 OTS테크놀러지의 안민혁 사장은 “중국은 수입 기계에 대한 관세가 17%로 다소 높고 통관·물류 등 사회적 인프라가 취약해 한국 장비를 중국으로 반입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하면서 “특히 중국은 전력 사정이 나빠 자주 정전되는가 하면 우리와 달리 50㎐대의 전기를 공급, 장비를 새롭게 설계해야 하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지 대리점들의 농간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중국 관련 전문인력과 정보가 부족한 국내 장비업체들은 대부분 현지에 대리점을 두는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하는데 중국 대리점들은 통상 독점판매권을 요구하고 있다.

 급한 마음에 독점대리점권을 내주면 결국 대리점에 끌려다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대리점 계약은 신중하게, 특히 지역별 혹은 품목별로 계약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중론이다. 저렴한 가격에 철저한 AS가 뒷받침되는 영업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점도 국내 PCB업체가 시급히 갖춰야 할 사항이다.

 이호성 아텍엔지니어링 사장은 “중국 PCB업체들은 한국 장비의 품질에는 만족하지만 대만이나 중국산 장비에 비해 고가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대만산과 경쟁할 수 있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국내 장비업체들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물론 철저한 AS는 기본이다. 이 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 업체들이 단독으로 AS조직을 갖추기보다는 여러 업체가 공동으로 AS망을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단품으로 제품을 공급하기보다 국내 장비업체들이 힘을 합쳐 풀라인세트를 턴키베이스 방식으로 공급하는 것도 중국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일부 장비업체 및 오퍼들이 중고 장비를 개조해 공급하거나 일단 팔고 보자는 식의 일회성 영업을 전개해 한국 PCB 장비 전체에 대한 이미지를 흐려놓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현지업체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나아가 현지에 생산공장을 건설하려는 업체들의 경우 특히 단순히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진출할 경우 거의 실패할 수 있다고 충고하는 왕용기 중국전자회로협회(CPCA) 지사장의 말은 우리 업계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권희경 태양기계 사장은 “국내 장비업체들은 중국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전무한 상태”라며 “정부나 기관들이 중국 PCB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데이터를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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