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국가들은 오후 5시부터 7시 시간대에는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방영한다. 어린이를 위한 교육적 이야기부터 SF를 응용한 미래 이야기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들과 캐릭터들이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된다.
미국의 월트디즈니와 한나바바라의 TV 시리즈부터 일본에서 최근 제작된 팬터지물까지 세계 TV 애니메이션 시장은 항상 고정적인 방영시간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매년 칸·싱가포르 등의 TV 프로그램 견본 시장에서 주된 상품으로 구매되고 선투자된다.
북한에서도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은 주기적으로 상영된다. 동물들이 주인공인 교훈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며,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SEK)에서 제작된 작품들이다.
SEK는 이미 30여년 전부터 유럽의 애니메이션 하청을 해오던 제작 경험을 갖고 있다. 현재도 50부작 이상이 제작돼 방영되고 있는 ‘령리한 너구리’ ‘다람이와 고슴도치’ ‘호동왕자와 락랑공주’ ‘호랑이를 이긴 고슴도치’ ‘범을 타고 온 소년’ 등의 작품들은 대개 SEK에서 제작한 작품들이다.
최근 국내에서 기획한 다양한 작품들이 SEK에 작품 제작을 의뢰하고 있다. 에이콤프로덕션의 넬슨 신 감독은 극장용 장편 ‘왕후심청’을 SEK에 40만달러의 프로젝트로 계약하고 제작을 진행하고 있으며, 북한에서 제작된 내용들이 수준 이상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또한 최근에 민족네트워크와 한신코퍼레이션은 400만달러의 극장용 장편과 TV 시리즈 제작을 평양정보센터를 통해 SEK와 계약했으며, 이미 SEK는 앞으로 3년간의 제작물량을 유럽으로부터 수주한 상태라고 북한 관계자가 전하고 있을 정도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하나로통신에서 기획·제작하고 있는 3D 스폿애니메이션 ‘게으른 고양이 딩가’와 같이 디지털 애니메이션도 북한 측에 제작을 맡겨 진행 중이다.
북한과의 애니메이션 공동제작에는 실제 장점과 함께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다. 남한보다는 저렴한 인건비를 기반으로 전문화된 인력이 많다는 것과 해외 하청제작 경험이 많아 제작력 자체에 신뢰도가 높다는 것은 사업상 큰 장점이다.
그러나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시아에 비해서는 인건비가 높고(실제 동남아시아는 제작관리할 언어의 문제와 제작진의 전문성에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기는 하다) 거래비용, 즉 북한을 직접 방문하거나 중국까지 이동해 제작을 진행하고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경제적 비효율성이 존재함을 인정해야 한다.
또 제작하는 애니메이션의 이야기도 주제에 따라 제한된다. 어린이용 전래동화나 교훈적인 이야기는 가능하지만 폭력적이거나 종교적인 이야기, 전쟁에 관련된 이야기는 제작을 진행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다. 그리고 기존 아날로그식 애니메이션은 숙달된 전문인력이 많지만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이제 본격적으로 개발인력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에 장비를 직간접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그러나 이런 사업상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애니메이션이 활성화돼야 하는 당위성은 있다. 문화교류 차원의 적극적인 제작기술 전수나 남북한 어린이들이 동일한 애니메이션을 함께 봄으로써 형성될 수 있는 민족적 동질성 회복 등은 경제적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들이다.
북한과의 경협 차원에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은 이제 보다 본격적인 제작을 통해 남북 TV에 동시방영되거나 서울과 평양의 극장에서 동시개봉되는 사례를 남길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적인 제작지원정책을 시도해야 할 때다.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많이 본 뉴스
-
1
반도체 R&D 주52시간 예외…특별연장근로제로 '우회'
-
2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3
LS-엘앤에프 JV, 새만금 전구체 공장 본격 구축…5월 시운전 돌입
-
4
“TSMC, 엔비디아·AMD 등과 인텔 파운드리 합작 인수 제안”
-
5
“1000큐비트 양자컴 개발…2035년 양자 경제 선도국 도약” 양자전략위 출범
-
6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7
헌재, 감사원장·검사 3명 탄핵 모두 기각..8명 전원 일치
-
8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9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10
공정위, 이통 3사 담합 과징금 1140억 부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