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메모리사업 인수

　삼성전자의 도시바 메모리사업 인수여부가 반도체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근 도시바로부터 인수를 제안받은 삼성전자는 독일의 인피니온과 함께 사업 인수에 착수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9일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사업부문 인수를 검토중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더구나 인피니온이 도시바의 메모리부문을 인수하면 지난해 D램 시장점유율 통계상 15.5%를 확보하게 돼 강력한 경쟁자를 만든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는 도시바의 인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인수효과=삼성전자가 도시바를 인수하면 얻게 될 이점은 크게 세가지다. 하나는 기술적인 면에서 한단계 도약할 수 있다.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형성하는 방법은 크게 회로를 쌓는 스텍 방식과 웨이퍼에 파고 들어 가는 트랜치 방식으로 나뉜다. 삼성전자는 스텍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으며 도시바와 인피니온은 트랜치 기술을 주도한다.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삼성은 두 방식에 대한 기술을 모두 확보하게 된다. 또 하나는 플래시메모리·S램·스마트미디어카드 등 비 D램 메모리 분야의 강화다. 도시바는 지난해 9억3700만달러로 플래시메모리업계 4위 업체이며 S램에서는 19억4700만달러로 5위다. 또 스마트미디어카드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은 도시바의 메모리사업부 인수로 플래시메모리와 S램의 1위 강화와 스마트미디어카드 분야 기술보완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도시바의 메모리 분야 인수로 단번에 세계 반도체업계 순위에서 2위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업계 순위는 1위 인텔에 이어 도시바, NEC, 삼성전자 순이었다. 그런데 2∼4위간 격차는 크지 않았다.

　도시바의 반도체 매출에서 메모리의 비중은 23% 정도로 삼성은 인수하자 마자 2위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인수 바람직한가=도시바 메모리사업 인수는 반드시 바람직한 일만은 아니다. 우선 하이닉스반도체의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하이닉스 문제가 상존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D램업체 인수는 오히려 정서상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한미 통상마찰을 심화시킬 수 있다.

　또한 삼성전자가 현재 설비로도 D램부문 시장점유율을 30％까지 확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는 300㎜ 설비투자를 단행해야 하는 마당에 굳이 다른 업체를 인수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의 임홍빈 애널리스트는 “한국으로의 설비이전, 일본에서의 공장운영, 지분참여 등의 인수방안이 모두 현실성이 떨어지는데다 한국업체가 일본에서 공장을 운영할 능력이 떨어진다”며 “D램사업의 원천적 생존능력은 원가개선인데 인수방안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변수는 반도체 경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D램 경기가 계속해서 침체된다면 도시바 메모리사업의 인수는 인수업체에 보양제 구실을 하기는 커녕 독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이점 때문에 도시바의 제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따라서 인수부담을 고려, 도시바와 인피니온 등과 함께 합작사를 설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모색하고 있다. 설사 합작사 설립방식이 채택되더라도 구체적인 윤곽을 잡으려면 경제여건상 이른 시일 안에 처리되기보다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