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가 발표한 지난해 세계 D램 업체들의 성적표에는 삼성전자가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99년 2위를 기록했던 하이닉스반도체는 3위로 밀려났지만 국내 업체들의 강세는 여전하다.
이들 두 회사의 총 시장점유율은 38%로 전세계 시장의 5분의 3가량을 과점하고 있으며 NEC·도시바·히타치·미쓰비시 등 일본 4개 D램 업체의 점유율 19.7%를 크게 앞질렀다. 한국이 세계 최고의 D램 반도체 생산국 자리를 확고히 굳힌 것이다.
삼성전자는 무려 8년 연속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D램 시장역사에 이같은 기록은 과거에 없었다.
우리나라 D램 산업이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역사와 전통이 뒷받침된 것도, 자본을 비롯한 산업인프라가 충분했기 때문도 아니다.
산업의 제반환경이 선진국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성공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통찰력 있는 기업인들의 과감한 투자와 뼈를 깎는 노력과 불굴의 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사업은 막대한 설비투자와 선발업체의 끊임없는 견제로 1등을 차지하는 것은커녕 시장에서 살아남기조차 힘든 사업이다. 다른 반도체에 비해 가격과 수요 변동이 극심한 D램 반도체 사업은 더욱 그러하다.
80년대 초 우리 업체들은 기술, 자본, 인력 모든 면에서 선발 일본업체에 비해 보잘 것 없었다. 그렇지만 국내 업체들은 그룹 차원에서 미국에 유학중인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고 양산 설비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1MD램을 개발한 86년만 해도 2년이나 됐던 선진 업체와의 격차를 4MD램을 개발한 88년에 6개월로 좁혔고 89년에는 16MD램을 동시에 개발하는 성과를 이뤘다. 지난 92년 64MD램 이후 선진 업체들을 따돌리고 기술 개발을 국내 업체들이 이끌어 가고 있다.
80년대 중반부터 일관공정 생산을 본격화한 한국 반도체산업은 출범 10년도 안되는 90년대 초반부터 이미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제3위의 반도체 산업대국의 자리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했다. 특히 주력인 메모리 부문에서는 16M, 64M 및 128MD램 등 각 세대별로 선행양산을 이룩하고 차세대 제품인 256MD램에 있어서도 선행개발 및 시제품 생산에 나서는 등 외형은 물론 질적인 면에서도 일본을 앞서는 세계시장 선도자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는 92년 이후 우리나라 최대의 수출상품으로서 99년도 기준 203억달러를 수출해 전체 수출실적의 14.1%를 차지하고 있으며 2000년도에는 260억달러를 수출함으로써 그 비중은 더욱 높아져 명실공히 수출한국을 견인하는 품목으로 자리매김해 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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