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업체들이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을 시도하는 것은 비즈니스 초창기에 형성됐던 분야별 전문화 단계를 뛰어넘어 종합서비스 업체로의 진화를 꾀하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데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업체들은 무엇보다도 수준높은 이용자의 요구가 갈수록 다양해지는데다 경영 차원에서 수익성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더 이상 외면할 수가 없었다. 이에 따라 초창기 콘텐츠(Contents)·커뮤니티(Community)·커머스(Commerce) 등 이른바 3C로 갈라졌던 인터넷비즈니스의 영역은 해당분야 전문업체들의 이탈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3C 전문영역의 파괴 움직임은 지난해말부터 조심스럽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프리챌 등 전문 커뮤니티를 표방한 업체들이 소규모이긴 하지만 사이트에 쇼핑메뉴를 첨가했으며 쇼핑몰 업체도 동호회를 개설해 운영하는 등 소극적인 형태의 종합서비스는 제공돼 왔다. 그러나 영역파괴 바람이 가속화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무엇보다도 각 분야의 대표주자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나섰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가 쇼핑몰로는 국내 최초로 디지털 콘텐츠몰을 오픈한 것은 유료 콘텐츠 시장의 성장성을 파악하고 이미 확보한 고객기반과 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콘텐츠 분야에 접목함으로써 이 시장까지 장악하겠다는 의도였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콘텐츠 서비스 개시도 이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다음은 특히 자사가 보유한 1000만 가입자를 기반으로 쇼핑몰을 오픈해 웬만한 쇼핑몰은 엄두도 못내는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서 다음은 실물 쇼핑뿐 아니라 콘텐츠 시장진출시에도 성공하리라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이를 발판으로 다음은 현재 전문 콘텐츠제공업체(CP)들과의 제휴를 통해 본격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또 국내 제1의 전자지불서비스 업체인 이니시스의 콘텐츠 시장진출은 갈수록 악화되는 수익성을 개선해 보려는 사업자 입장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전자지불 시장규모는 70억원 내외의 ‘미니’급인 데 반해 30여개의 업체가 난립하는 상황. 이같은 상황에서 이 회사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고 지불결제사업에서 얻은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유료 콘텐츠몰 운영에 접목시키려 한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원클릭페이라는 이름으로 PSP(Payment Service Provider) 사업을 시작한 네오위즈는 콘텐츠 유료화 성공사례로 알려진 세이클럽을 운영하며 지불결제 서비스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동시에 깨달은 경우다.
이처럼 인터넷 업체들이 고유 영역을 넘어 새로운 시장진출을 꾀하는 데는 시대와 이용자의 요구사항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순발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또 새로운 서비스 진입을 위해 자체 개발보다는 전문업체의 인력과 기술을 아웃소싱함으로써 소규모 기업에 또다른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한다는 면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의 인터넷비즈니스 영역파괴 현상이 반드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부분도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전문 영역파괴로 인한 기업 고유의 색깔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전문업체 이미지를 가진 기업이 비전문분야에 발을 잘못 들여놓았다가 이도저도 아닌 정체불명의 기업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문가 또는 전문기업으로 불리는 것은 수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을 쏟아부어 얻은 나름대로의 결과물”이라며 “진입장벽이 낮다고 해서 쉽게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충분한 시장성 검토와 준비를 마친 후에 신중하게 새로운 영역진출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역파괴에 따른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성장성이 점쳐지는 분야를 특정 소수의 기업이 독식함으로써 자본과 기술에서 열세인 중소기업이 단순 용역제공 업체로 전락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기존 산업화시대에 재벌기업과 중소기업간에 맺어졌던 역학관계가 인터넷비즈니스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영역진출을 서두르는 인터넷 업체들은 우선적으로 사용자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느 분야에서건 기업경쟁력은 고객(사용자) 반응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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