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연초부터 0% 관세를 적용하던 라우터모듈과 스위치 관련 모듈 그리고 디스램 등 3개 품목에 대해 지난 7월 2.6%의 관세가 적용되는 완제품으로 분류하고 소급관세를 적용해 관련업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들 제품은 관세청이 이미 ITA협정에 따라 양허세율 적용대상 부분품으로 분류했고 내년 초부터 0% 관세가 적용될 예정으로 있었는데 시행을 몇 달 앞두고 갑자기 제품분류를 변경한 것은 세수 확대만을 노린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주장이다.
관련업계는 관세청의 이번 제품분류 변경조치와 이에 따른 관세소급 적용이 관세법 5조 소급과세 금지조항에 저촉되므로 당국이 이를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관련업계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관세청이 이를 적극 수렴해 타당성 여부를 재검토하고 만약 업계의 주장에 정당성이 있다면 관세의 소급적용은 재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당국은 국내 산업 육성 및 지원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각종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데 이번 조치가 관련 산업 육성은커녕 관련업계의 존폐 위기를 초래한다면 당연히 재고해야 한다. 업계는 관세를 2년 소급 적용할 경우 내야 할 관세액이 1000억원에 달해 중소기업들인 관련업계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비록 우리가 최근 IMF를 조기에 졸업해 국민의 저력을 과시했지만 경제여건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수출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기업들의 경영상태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관세청은 이번에 관세를 소급 적용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만약 그것이 타당하다면 이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관련업계에 이해를 구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관련업계 입장에서 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관련업계가 납득할 만한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소급과세로 세수확대만을 노린 조치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양허세율 적용대상 품목의 경우 부분품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0% 관세를 적용해 왔고 완제품은 내년 초부터 0% 관세를 적용할 예정이었다니 소급관세 적용은 관련업계의 주장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관세청은 지난 6월 관세품목 분류실무위원회를 거쳐 지난달 최종적으로 라우터모듈·스위칭모듈·디스램에 대해 HS 품목분류상 디지털통신기기인 ‘8517.50-9000’ 세액부과번호(세번)로 분류해 완제품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더욱이 관세청은 지난해 7월 디스램을 디지털통신기기 부분품으로, 11월에는 라우터모듈을 라우터 부분품으로, 올 1월에는 스위칭모듈을 스위치 부분품으로 분류한 바 있다.
우리는 완제품으로 분류되더라도 ITA협정에 따라 내년부터는 무관세가 적용될 예정인 제품에 대해 관세당국이 일방적으로 세액부과번호를 변경해 관세를 소급적용하고 결과적으로 관련업계의 경영에 타격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이번 조치에 대해 관세청과 관련업계가 타결점을 찾지 못할 경우 자칫 법정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관세청의 이번 조치가 세수확대 측면만을 고려했다면 소급과세는 재고하는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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