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 논설실장 hdlee@etnews.co.kr
‘창조적파괴’ 이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미국 하버드대학 경영대학 교수를 지낸 슘페터다. 그는 자신의 저서인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에서 자본주의의 본질은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낡고 비효율적인 제품 또는 서비스를 파괴하고 새롭고 더 효율적인 것을 채택하려는 지속적인 순환이 자본주의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 혁신이며 혁신이야 말로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필수요인이라고 말했다. 만약 혁신이 없다면 경제발전도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혁신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 묵은 풍속이나 관습·조직·방법 등을 바꾸어 아주 새롭게 한다는 것이다. 창조적 파괴나 혁신이나 새롭게 바꾼다는 점에서 의미상으로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신제품 출시나 신제품 생산공정 개선, 신시장 개척, 신기술 개발, 경영조직 재구축 등이 모두 혁신에 속한다.
요즘 세상의 변화는 빛의 속도다. 어제의 신제품이 오늘은 낡은 제품이 되고 내일은 또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변화의 속도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예전에는 규모가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흡수했다. 자금이나 마케팅, 제품 생산능력이 앞선 대기업과 작은 기업이 맞상대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제압하는 시대다. 상대보다 앞서 제품을 시장에 내놓거나 신기술을 개발한 기업이 후발기업보다 경쟁력이 있는 세상이다. 덩치하고는 이제 별개의 문제다.
요즘 기업들한테 창조적 파괴나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듯 변화의 사이클을 단축시키는 노력은 다름 아닌 생존전략이다. 반대로 기업이 이런 노력을 게을리하면 이윤창출이나 시장의 지배력을 넓히기가 힘들다. 가령 어느 특정 기업이 기존시장에 내놓은 제품의 값을 갑자기 큰 폭으로 내려 판매할 경우 경쟁기업이 이에 즉각 대응하지 못하면 그 기업들은 도태되거나 아니면 시장지배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창조적 파괴인 제품의 품질이나 서비스 등 기존 체제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이를 위해 과거의 경영방식 및 제품 생산의 틀이나 조직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개방적이고 창의적이며 다원화된 사회의 소비자를 겨냥해 과감하게 기존 틀을 파괴하고 그 바탕 위에서 부를 창출하는 것이다.
기업들의 속도경쟁도 갈수록 치열하다. 심지어 경쟁기업이 신제품 출시를 발표할 시점에 자사의 판매점 진열대에 경쟁사의 신제품과 성능이 유사한 제품을 진열해 시장우위를 유지시킬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기업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의 경영방식을 채택한다고 한다. 하나는 창조형이고 다른 하나는 적응형이라는 것이다. 창조형은 월등한 기술력이나 창의력을 앞세워 새로운 세계표준을 만들고 이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해 나가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대단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낸다. 지금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이런 유형에 속한다. 창의력과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표준이나 새 질서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면서 부를 창출하는 것이다.
적응형은 창조형 기업을 뒤따르는 형태다. 일정기간동안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루아침에 세계적인 기업이 탄생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적응형 기업들의 부단한 창조적 파괴의 노력을 지속하는 일이다. 어느 기간까지는 앞서가는 기업의 기술이나 마케팅 등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시일이 가면서 한가지씩 창조적 파괴과정인 혁신을 통해 창조형 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 2분기 성장이 전년 동기 대비 2.7%에 그쳤다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치와 사회 등 각분야에서 대립과 갈등은 멈출 줄 모른다. 국력을 결집해도 난국을 타개하기 쉽지 않은 마당에 여야·노사·이해집단·계층간 갈등과 대립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제 창의성과 통찰력·솔선수범·이해심·자기성찰을 통해 구태를 청산하는 과감한 창조적 파괴에 모두 나서야 한다. 지금의 난국을 극복하려면 혁신밖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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