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우리영화 중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는 ‘무사’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600년전 중국대륙에서 사라진 아홉명의 고려 무사들의 발자취를 더듬는 이 영화는 안성기·정우성·주진모·장쯔이 등 화려한 캐스팅뿐만 아니라 제작사나 감독 등 모든 면에서 최근 제작된 우리영화 중 가장 확실한 힘을 갖는 작품이다.
‘무사’는 여러가지 면에서 그동안 우리영화의 한계적 취약점을 뛰어넘는 세련된 면모를 갖췄다.
관객들을 흡입해 나갈 수 있는 요소들의 배치도 그렇지만 2시간 40분간 계속되는 무협액션은 확실히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하지만 너무 동어반복적인 내러티브의 구성은 영화적 재미를 반감시키며 관객들의 인내심을 붙잡아 두기에 한계가 있다.
‘황궁이 답답해 뛰쳐 나왔다가 원나라 기병들에게 잡힌 명나라의 부용 공주를 지키기 위해 고려의 무사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다 죽어간다’는 설정은 ‘남자들의 이야기에 어설프게 끼여든 로맨스’처럼 구성력이 너무 빈약하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용호군의 최정 장군이 이끄는 고려의 사신단은 명나라에 갔다가 누명을 쓰고 명 군인들에게 호송돼 귀양길에 오른다. 그들은 귀양지에 도착하기 전에 명과 대립관계에 있던 원나라 기병들의 습격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 명의 군사들은 몰살당하고 고려의 무사들은 사막에 고립된다.
최정 장군은 그들을 이끌고 험준한 사막을 지나 고려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최정은 사막의 한 객전에서 원나라 기병들에게 붙잡힌 명나라의 공주 부용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원의 기병들과 승산없는 싸움을 시작한다.
한편 고려의 부사 이지헌의 식솔로 뛰어난 창술솜씨를 지닌 노비출신 여솔이 부용 공주를 구출해내면서 최정과 미묘한 감정대립을 하게 되며, 활의 명수인 하급장교 진립은 이들의 험난한 여정을 지혜롭게 이끌어 간다.
그동안 김성수 감독이 보여줬던 뛰어난 스타일리스트로서의 강점이 이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미술과 촬영·음악 등 ‘무사’가 보여준 영상들은 새로운 무협액션영화를 보는 기대감을 상당부분 충족시켜 준다.
중견과 신인에서 고르게 스타급이 등용된 캐릭터의 설정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감독이 의도하고자 했던 애잔함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부용 공주와 최정 장군, 여솔의 대립은 계속 평행선으로 치닫고 이들을 지켜보는 한족들의 불만도 여전히 죽음에 대한 분노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
‘무사’는 가장 중요한 명분론이 과연 ‘사랑인가’라는 것에 대한 확신은 여전히 주지 못하는 화려한 블록버스터다. <영화평론가 yongjuu@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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