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뿜는 전자무역전쟁>(1)경제질서 재편의 서막

 ◆세계는 지금 국가간 전자상거래 즉, 전자무역(e트레이드)과의 전쟁에 휩싸여 있다.

 기존 국제무역질서의 축을 형성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전자무역이라는 전혀 새로운 존재를 기존 질서 아래 수용할 수 있는지, 아니면 새로운 질서와 규범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EU)·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등 지역경제협력체와 각 국가들은 전자무역을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을 담보하는 열쇠로 간주하고 이의 활성화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세계 유수의 업체들은 전자무역이 일류기업 도약의 발판임을 인식하고 합종연횡을 거듭하며 기술표준이나 시장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지구촌의 모든 관심은 바로 전자무역에 모아지고 있다.

 전자무역이 과연 무엇이고 지구촌 경제 질서에 어떤 변화를 야기시키기에 세계인의 모든 촉각이 집중되고 있는지, 또 각국은 전자무역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전자무역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활성화시켜야할지를 집중 점검해본다. 편집자◆

 

 신흥 전자상거래업체들이 지난해 프랑스의 샤넬사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업체들과 도메인네임 분쟁을 일으키면서 촉발된 온오프라인 갈등은 마침내 조세권과 관세와 같은 굵직굵직한 국제질서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세계 유일의 강대국이자 전자상거래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디지털콘텐츠에 대해 무관세화를 주장하자 EU 등은 일정기간 동안의 관세부과 유예에는 동의하면서도 무역역조를 우려, 이를 영구화하는 데는 적극 반대하고 있다.

 국경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디지털콘텐츠의 소비세 과세문제는 올해 최대의 이슈로 부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다자간협상을 통해 소비가 행해진 장소에서 과세한다는 기존의 소비지 과세원칙을 적용한다는 데 어렵사리 합의했지만 조세권과 관련된 국가간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않고 있다.

 그러나 도메인네임 분쟁과 과세 문제는 국가간 전자상거래 즉, 전자무역이라는 존재가 기존 체제와 다른 새로운 질서를 요구한다는 신호탄에 불과하다.

 세계 무역질서를 지배하고 있는 WTO는 비정부기구(NGO)의 과격시위로 인한 시애틀회의 불발에도 불구하고 오는 연말 카타르 도하에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정립하기 위한 뉴라운드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이 뉴라운드 협상의 주요 의제 중 하나는 바로 전자상거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무역질서는 상품교역 위주의 일반관세 및 무역협정(GATT) 체제가 지배해왔으나 지난 95년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해 상품에다 서비스분야(GATS)를 포함하는 WTO체제로 대체됐다. 그러나 조만간 우루과이라운드는 전자상거래까지 포괄하는 뉴라운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전자무역을 수용하기 위한 제도나 새로운 규범 제정과정에서 뉴라운 논의는 이해국간 또는 담당 분과위간 논쟁과 내분을 더욱 격화시킬 전망이다.

 디지털콘텐츠를 전자적으로 전송할 때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CD 등에 담아 수출할 때는 관세를 부과하는 WTO의 이중적인 잣대에 대한 문제제기에서부터 디지털콘텐츠를 상품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서비스로 볼 것이냐를 두고 상품교역이사회와 서비스교역이사회간 내부 알력도 불거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제연합(UN)을 중심으로 교역대상물을 상품과 서비스로 분류하는 WTO의 체제는 새로운 전자무역을 수용하기 역부족이기 때문에 기존 체제를 버리고 전혀 새로운 디지털무역체제(DTS)로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전자상거래는 단순히 새로운 거래형태가 창출되거나, 비즈니스 영역이 확산된다는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무역 시스템에 일대 변혁을 가져오는 ‘혁명’이기 때문에 현재의 규범을 수정하거나 확대하는 것은 오히려 국제무역을 저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치열한 전자무역 전쟁 >

 국제무역질서 재편을 시사하는 국제기구의 전자무역 수용논의가 한창인 저편에서는 세계 각국과 지역경제협력체 및 민간기업들이 전자무역의 활성화를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자무역은 개념논쟁과 관계없이 이미 상품과 서비스 및 디지털콘텐츠를 포괄하는 국제무역의 중요한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기존 무역방식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마다 수치에 차이가 나지만 국제무역에서 전자무역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오는 2020년이면 전세계 교역량의 30% 이상이 전자무역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전자무역 비중이 지난해 전체 무역의 4.6% 수준이며 5년후인 2005년에는 30.4%로 확대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억달러 어치를 전자무역으로 수출할 경우 기존 방식보다 약 60만달러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조사대상업체들은 추산했다.

 환태평양국가들의 모임인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는 97년 11월 캐나다 정상회의 선언에 따라 전자상거래 작업계획을 개발하기로 하고 전자상거래 태스크포스를 설치했다.

 이 태스크포스는 전자무역 확대가 APEC 회원국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에 관한 이해를 제고하고 역내 전자무역 촉진을 위한 광범위한 원칙을 도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중국·대만·홍콩·싱가포르·말레이시아·일본 등 동아시아 6개국은 각국의 무역자동화시스템을 상호 연동시킨 동아시아 전자무역망을 구축, 무역시스템을 혁신시킬 계획이다.

 98년 3월 개최된 EU의 역내시장 이사회에서는 프랑스가 ‘유럽 및 범세계적 차원에서의 전자상거래 촉진 환경조성에 대한 각서’를 발표하고 EU 회원국들에 유럽의 단일시장을 전자무역체계에 적합하도록 형성시키고 나아가 전자상거래 관련 다자간 협상에 대비한 공동전략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EU 회원국들은 프랑스 정부의 제안에 따라 전자상거래 문제가 WTO 체제내 서비스 무역협상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논의 대상 중 하나이며 뉴라운드협상이 전자상거래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국제회의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하고 EU의 입장을 조정·수립하기 위한 특별 작업반을 구성했다.

 지난해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제30차 미주기구(OAS) 총회에서는 진 크리스틴 캐나다 총리가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추진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명하고 사이버 공간을 통해 전자무역, 교육 및 보건 등 분야에서 역내 국민들을 상호 연결할 것을 제안했다.

 세계 유일의 강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미국은 전자무역에서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디지털콘텐츠의 무관세정책을 선언하고 소비세 이중과세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는 등 전자무역 육성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ABI·AMS·AES 등 통관중심의 무역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미 무역서류의 90% 이상을 전자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미국의 GE 등 민간업체들은 글로벌 전자상거래망과 무역 e마켓 구축을 주도하고 있으며 IT업체를 중심으로 로제타넷을 결성, 무역절차 및 문서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트레이드카드사는 기존 은행간 신용장거래를 대체하는 전자무역결제시스템을 특허출원하고 각국 업체들과 연합, 전자무역시대의 금융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다.

 유럽의 대표주자이자 세계 금융 및 물류의 중심지를 자부하는 영국은 LACES라는 항공화물통관처리시스템을 구축해 무역의 간소화를 추구하는 한편 선하증권 등 무역서류 전반의 전자화와 전자결제를 무기로 하는 볼레로를 내세워 전자무역에 필요한 질서와 시스템 통일을 꾀하고 있다.

 

 <인터뷰> 김재철 무역협회 회장(66)

 -전자무역이 국제무역질서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는가.

 ▲기존 국제무역질서는 WTO의 다자간협상과 이에 근거한 양자간 협상이 축이다. 뉴라운드협상에서 기존 체제가 어느정도 바뀔지는 예단하기 힘들지만 전자무역이 양자간 및 다자간 자유무역협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만은 분명하다.이에 따라 전자무역 발전정도에 따라 교역 대상국이나 비중에 일정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거대한 전자무역망이 세계 교역의 중심지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자무역이 우리 무역업계에 가져올 최대 변화와 이점은.

 ▲전자무역은 무역을 포함한 모든 경제분야에서 디지털기술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기술적 진화에 그치지 않고 혁명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무역업계는 전자무역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뿐 아니라 방대한 정보의 축적과 신속한 전파를 통해 새로운 시장개척을 가능케 해줄 것이다.

 -국내 전자무역의 현황과 장애요인은.

 ▲협회조사에 따르면 국내업계의 전자무역비중은 전체 무역액의 10% 미만이지만 5년후에는 30% 비중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무역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전자무역 친화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전문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활성화를 위한 방안은.

 ▲친화적 환경조성에 필요한 인식제고와 시스템보급 및 인력양성이 시급하다. 협회는 부설 무역아카데미에서 다양한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있으며 사이버무역사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국가차원의 자금지원과 정규교육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전자무역 활성화를 위한 협회의 중점사업은.

 ▲통합무역정보망인 KOTIS의 콘텐츠를 실제 무역에 도움을 주도록 계속 보강하고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웹으로 개편중이다. 또 산하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의 무역자동화망의 업그레이드에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전자문서를 인터넷환경에 맞추어 XML/EDI로 전환하고 통합물류망을 구축, 국가기간 전자무역 인프라로 확충할 계획이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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