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한대로 인터넷·게임·영상전화까지 할 수 있는 디지털방송시대 개막을 앞두고 있다. 기존 아날로그방송보다 화질은 4∼5배 이상 선명하고 CD 수준의 음질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TV를 보면서 인터넷 정보를 검색하고 온라인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지상파 디지털TV 본방송이 오는 11월부터 시작되는 것은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다.
정보통신부가 KBS1·2, MBC, SBS, EBS 등 4개 방송사에 5개 디지털방송을 허가함에 따라 시작되는 디지털방송은 프로그램의 제작·편집·송출·수신 등 모든 과정에서 이뤄지는 영상·음성·데이터 신호를 0과 1의 조합으로 구성되는 디지털신호로 바꾼 다음 이를 압축해서 보내는 방식으로 이뤄져 다양한 데이터방송 서비스가 가능하다.
또 당장은 어렵지만 가까운 장래에 TV를 보면서 e메일을 주고 받고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전자상거래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니 디지털방송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뿐 아니라 수도권지역에서 시작되는 디지털방송이 2003년 광역시, 2004년 도청소재지, 2005년 시·군으로 확대되면 디지털TV 수상기는 물론이고 방송기기, 방송콘텐츠와 관련 소프트웨어 수요가 신규로 창출되는 등 경제적 파급효과도 엄청나다.
정부는 오는 2005년까지 111조원의 디지털방송 생산유발효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또 같은 기간 디지털방송과 관련된 장비 및 서비스 수출은 277억달러, 무역 흑자는 19조원에 이르고 17만명의 방송기기 및 방송서비스 인력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밖에도 디지털 비디오 리코더(DVR), 디지털 캠코더,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와 브라운관(CRT), 평판표시장치(LCD, PDP) 등 디스플레이 소자와 반도체부문의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가 조기 실시와 유보로 팽팽히 맞서던 디지털방송 실시시기를 조기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인 것 같다. 그렇다고 모든 게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초기투자비용이다. 이러한 점을 인식해 정부에서는 외산장비 도입때 관세액의 85%를 감면해 주고 전국 디지털 송·중계시설 설치, HDTV 제작·편집시설 등에 내년부터 2005년까지 정보화촉진기금을 융자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고선명TV 조기 정착을 위해 HD프로그램 공급기반 조성, 각종 디지털방송 기술개발, 인력양성 등에 정보화촉진기금과 방송발전기금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향후 10년간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전환자금의 마련이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문제는 또 있다. 아직 논란이 종식되지 않은 방송방식 문제다. 미국식은 채널을 조정하지 않고도 현행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로 전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HDTV를 구현하기도 쉽다는 것이 장점이다. 유럽식은 위성·케이블·지상파 등 모든 매체와 같은 기술규격을 가지고 있어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는 휴대전화와의 호환성이 뛰어난 특징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돌다리를 두드리듯 꼼꼼히 따져본 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한 것 같다. 아무튼 미국이 오는 2006년부터 아날로그방송을 전면 중단하기로 하는 등 TV시장의 대세는 디지털이다. 고화질과 다채널뿐만 아니라 데이터방송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또 다른 생활혁명이 기대되는
디지털방송 실시가 도약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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