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즌닷컴의 한만호 대리(30)는 매주 토요일 오후면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라틴카페 ‘말만’을 찾는다.
이곳에서 한씨는 라틴댄스 동호회인 ‘엘파소(El Paso)’의 동료회원들과 함께 정열적인 라틴댄스의 세계로 빠져든다.
모두가 함께 똑같은 동작으로 추는 ‘라인댄스’, 쿠바특유의 정열적인 색채가 진하게 전해지는 ‘살사’, 동그랗게 원을 만들어 ‘수에나’라는 입장단에 맞추어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는 ‘루에다’ 등 다양한 라틴댄스를 추다보면 온몸에 땀이 흐른다.
흐르는 땀도 아랑곳 하지 않고 더욱 격렬한 몸짓으로 춤을 추다보면 삶의 활력이 샘솟듯 솟아난다.
한씨는 이처럼 매주 토요일이면 말만에 들러 엘파소 회원들과 함께 4시간 동안 라틴댄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기본 스텝과 단계별 기술을 가르치며 배우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생활의 활력제가 됨은 물론이다.
한씨의 직장은 파티즌닷컴(http://www.partizen.com)이라는 파티 전문회사.
각종 오프라인 파티를 기획하고 인터넷으로 참석자를 모아 파티를 개최하는 것이 이 회사의 주력사업이다. 파티라는 문화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젊은 벤처기업인들 사이에는 점차 익숙한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는 게 한씨의 설명이다.
그가 이 회사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파티의 협찬사를 섭외하는 일이다. 일의 특성상 외부사람과 접촉하는 일이 잦은 편이다.
이 직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지만 사람을 만나고 즐기는 일을 좋아해 선택했으며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라틴댄스 동호회에 가입하게 된 계기도 이러한 그의 타고난 성향 때문이다. 지난해 초 회사에서 주선한 파티에서 라틴댄스를 추는 사람을 만났으며 한눈에 라틴댄스에 매료됐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라틴댄스를 배우기 위해 지난해 5월에 동호회에 가입했다. 지금은 가장 열성적으로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는 회원으로 손
꼽힌다.
단순히 춤추고 즐기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신입회원 교육도 담당하고 있다. 아직까지 라틴댄스에 익숙하지 못한 동호회 신입회원에게 기본적인 스텝과 동작을 가르쳐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임무다.
그는 동호회에서 쌓은 라틴댄스 실력을 회사업무에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파티 참석자들에게 라틴댄스를 가르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파티에 익숙지 못하다 보니 분위기가 서먹서먹한데 이를 타개하는 것에는 댄스가 최고다. 한씨가 그동안 닦아온 라틴댄스 실력은 이때 제 빛을 발휘한다. 한씨가 가르치는 대로 한동작 한동작을 따라하다 보면 참석자들의 어색한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고 외국의 한 사교장에 온 것처럼 웃음과 활력이 넘친다고 한다.
게임업체인 인크론에서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신일섭 팀장(29)도 라틴댄스 마니아다. 신 팀장도 지난해 7월부터 엘파소 회원으로 가입, 현재 춤바람이 나있다. 게임개발업체의 특성상 밤을 새는 일이 많아 만성피로가 쌓여있는 상태지만 춤에 대한 그의 정열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
일주일 내내 피곤에 지쳐 있다가도 토요일에 열리는 댄스모임에 참여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정열적으로 춤을 즐긴다. 이렇게 토요일 저녁을 춤으로 채우다 보면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날려보내는 것은 물론 다음 일주일을 견딜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하게 된다고 신씨는 자랑한다.
춤을 잘 추냐는 질문에 그는 “춤을 잘 추고 못 추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음악에 몸을 맡기고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라틴댄스 예찬론을 펼쳤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동호회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현재 엘파소의 회원은 250여명 정도. 벤처기업 직원뿐만 아니라 패션디자이너·백화점 직원 등 다양한 직업군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신 팀장의 경우 개발자의 특성상 회사내에서만 있다 보니 외부의 사람을 만날 일이 별로 없었다. 현재까지 3년 동안 게임개발에만 전념해온 그는 출퇴근시간도 따로 없이 오직 회사내에서만 생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라틴댄스를 접하게 된 이후 생활이 완전히 달라졌다.
신 팀장은 “동호회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이처럼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을 만나보겠느냐”며 “여러 사람을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게임을 개발하는 데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두 사람이 생각하는 라틴댄스의 장점은 ‘인간적 교감’이다.
손을 잡고 춤을 추는 파트너뿐만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과도 스스럼없이 정신적 교감이 통한다는 것을 수없이 느꼈다고 두 사람은 말한다. 또 일반인들은 언뜻 생각하면 부정적인 시각도 가질 수 있지만 이런 생각을 버리고 한번 도전해 보라고 권한다.
두 사람은 “좋아하는 춤이 있고 만나서 즐거운 사람이 있는 곳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곳”이라며 “일단 시작해 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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