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날, 아침에 일어나 오전에 벳푸시내 관광을 마치고 오후에는 기차를 타고 미야자키로 떠났다.
미야자키는 남규슈에 해당되기 때문에 꽤 오래 기차를 탔다. 미야자키역에 도착하는 순간 열대지방을 연상케 하는 야자수 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일본에 왔다는 느낌보다는 하와이나 사이판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수영을 좋아하는 나로선 도착하는 순간부터 온통 시가이아 내에 있는 오션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서둘러 숙소에 짐만 풀어놓고는 오션돔으로 향했다. 인공파도가 치는 바다(?)에서 지칠 새도 없이 수영을 하며 늦은 밤까지 지냈다. 여러 사람들이랑 북적거리며 지내는 것에 익숙한 나로서는 솔직히 여기선 사람들이 그립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만 보면 “어디서 오셨어요?”라고 물어보기 바빴다.
여섯째날, 오늘도 어김없이 이곳 저곳을 다녀야하는지라 아침부터 서둘렀다. 일찍 기차를 타고 먼저 아오시마부터 들렀다. ‘도깨비 빨판’이라 불리는 이곳 섬 주변의 해안은 백사장이 아니라 파도모양의 시커먼 돌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오시마 옆 니치안 해안은 참 깨끗한 곳이었다. 백사장을 거닐면서 한국의 피서지와 다른 점을 느꼈다. 사람의 왕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질서정연하고 깔끔한 모습이었다.
서둘러 니치안 해안 입구의 식물원을 구경하고는 사보텐 허브원으로 향했으나 30분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않아 포기를 하고 다시 미야자키로 돌아와 가고시마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때마침 가고시마에 도착한 날은 축제가 한창인지라 저마다 일본 전통 의상을 입고 나와서 축제의 기분을 만끽하는 모습이 흥겨워 보였다.
일곱째날, 아침 일찍 숙소에 짐을 둔 채 가고시마 시내를 둘러봤다. 관광객 전용 버스를 타고 이곳 저곳 명소를 둘러봤다. 가고시마에는 주로 동상이 많아 기념할 만한 것들이 많은 것으로 느껴졌다. 오전 내내 여기저기 둘러보고는 사쿠라지마를 향해 떠났다. 사쿠라지마는 거대한 화산으로만 이루어진 섬으로 2시간 30분 동안 사쿠라지마 곳곳을 둘러보며 안내방송도 들었다. 물론 서툰 일본어실력 때문에 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볼거리는 참 많은 곳이었다.
한참 노을이 질 무렵 다시 가고시마로 돌아와 텐몬간이라는 쇼핑 거리를 돌아다녔다. 어마어마한 쇼핑 거리였다. 이것 저것 신기한 물건들도 많을 뿐더러 사람들이 북적거려 부산의 남포동 거리를 연상시켰다. 물가만 비싸지 않았더라면 사고싶은 물건들이 너무 많아 괴로웠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후쿠오카까지 야간열차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온천을 찾았다. 아무 생각없이 온천욕 값만 지불하고 들어가는 순간. 아뿔싸∼ 정말 난감했다. 한국의 온천만 생각하고는 아무 것도 들지 않고 들어갔던 것이다. 한참을 멍하니 거울만 바라보다 난감해 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는 일본인 아주머니가 필요한 물건들을 빌려줬다. 온천을 하고 나와선 아슬아슬했던 나의 모습에 내내 웃음이 나왔다.
야간열차를 타고 설레는 마음으로 후쿠오카를 향해 떠났다. 한번도 야간열차를 타 본적이 없는 나로선 정말 신기했다. 한참 뒤척거리다가 새벽즈음에야 후쿠오카에 도착했고 몇 시간 후면 나의 여행도 막바지에 이른다는 생각에 섭섭함과 후련함이 밀려왔다. 새벽에 도착하고는 곧장 오호리공원으로 향했다. 새벽에 조깅하는 사람들로 꽤나 북적거렸다.
아침 햇살이 따가워질 무렵 출국 수속을 밟기 위해 하카다 국제 여객 터미널로 향했다. 처음 버스를 탔던 것과는 달리 지하철을 타보고 싶은 마음에 모험을 했는데 실수였다. 일본인이 ‘lnternational’이라는 단어를 알아듣지 못해 반대쪽에 있는 국내 터미널인 하카나항을 가르쳐준 것이다. 한참을 헤매다가 땀에 범벅이 되고 거의 탈진에 이를 때 쯤 일본에 처음 발을 내디뎠던 익숙한 하카다 국제여객 터미널에 도착했다.
수속 후 3시간 여만에 다시 부산에 도착하고는 나의 파란만장했던 여행이 무사히 끝마침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에서 그 고생이 얼마만큼 값어치있는 일이었던 가를 몸소 체험할 수 있던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명예기자=김군성·부경대starnar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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