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심각한 부품 대일의존도

 부품산업의 육성은 어제오늘 우리한테 주어진 과제가 아니다. 산업의 기초인 부품산업의 육성없이 우리 산업의 체질이 강건해질 수 없다. 실제 우리 부품소재의 기술은 선진국의 70% 수준이다. 매출 대비 기술개발 투자비도 미비해 2% 미만이 60%에 달하고 1% 미만도 32%를 차지한다니 부품산업이 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 때문에 정부나 관련업계는 올들어 나름대로 부품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적 배려나 노력을 하고 있다. 정부는 부품소재분야에서 오는 2010년까지 세계적 공급기지화를 달성하겠다는 계획 아래 차세대 핵심 부품소재의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 10년간 민관합동으로 2조원 이상을 투입해 세계시장 선점이 가능한 50개 이상의 차세대 핵심 부품소재 기술개발을 매년 지원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우리 부품산업의 해외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게 사실이고 특히 부품 대일의존도는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심각하다. 일본이 우리 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수준이라 해도 지니침이 없을 것이다.

 최근 한일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지만 우리가 일본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외교적 수단이 다른 나라와는 달리 극히 제한적인 것도 이런 연유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국내업계에서 제기된 고질적인 부품의 대일 의존체질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 모색은 양국간 외교문제 이전에 우리의 산업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 중의 하나인 전자상거래를 통한 부품소싱의 글로벌화는 지금의 높은 대일의존도를 개선하는 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업계가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만한 사항이라고 본다.

 우리의 생산구조는 주요 부품이나 원자재 등 생산재의 절반 가량을 일본에서 들여와 생산하는 형태다. 지난해 주요 업종별 부품소재 일본 수입비중은 적게는 27.7%(전자)에서 많게는 46.1%(자동차)에 달했다. 지난 99년 기준으로 수입 상위 100대 부품의 국가별 품목수에서 일본이 전체의 절반인 50개 품목을 차지했다. 이런 높은 수입의존도는 지난 수십년간 대일무역수지에서 항상 적자를 기록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같은 부품의 대일의존도를 단기간에 해소하려면 전자상거래를 통해 동남아로 부품 공급채널을 다양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동남아 각국과 전자무역망을 구축하면 필요한 부품 구매와 상담 등의 비용이 지금보다 절감되고 이로 인한 부품의 대일의존도 개선과 대일무역적자 축소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자면 최고경영자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부품 품질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거래선을 바꾸기 어렵겠지만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면 과감히 거래선을 변경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부품산업의 만성적인 대일적자는 해소하기 어렵고 대일종속의 그늘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와함께 부품의 국산대체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요즘 벤처기업들이 일부 부품에 대해 국산대체를 추진하는 것도 부품산업 자립에 희망적인 일이다. 그동안 90% 이상을 일본에서 수입해 사용한 리튬전지의 경우 지난해만 900억원어치를 수입대체했다니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더욱이 일본으로 부품을 수출하는 업체도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정부와 관련업계는 장기적으로는 부품의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확대로 국산대체를 확대하고 단기적으로는 전자무역망을 통한 공급채널의 다양화로 심각한 부품의 대일의존도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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