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는 아직까지 MS의 윈도나 유닉스 진영의 영향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핀란드 헬싱키대학의 평범한 대학원생인 리누스 토발즈가 지난 91년 8월에 처음으로 선보인 이래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사실 리눅스는 그동안 반MS진영이나 카피레프트 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부 IT업계 이상주의자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용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넘보고 데스크톱 시장을 공략할 정도로 IT분야의 주류로 당당하게 나서고 있다.
수많은 리눅스 전문기업을 탄생시켰고 급기야는 IT업계의 공룡 IBM을 움직이면서 MS를 괴롭히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앞으로 리눅스는 특유의 공동체 활동과 자유로운 기업가 정신을 기반으로 포스트 PC시대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플랫폼의 하나로 자리잡을 게 틀림없다.
◇상용시장으로 진입=이제 리눅스는 더 이상 언더그라운드 제품이 아니다. 레드햇을 비롯해 칼데라시스템스, 터보리눅스, 수세리눅스 등 리눅스 전문업체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IBM, 컴팩, HP, SGI 같은 내로라하는 IT업체들이 리눅스 지원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IBM은 모든 자사 시스템에서 리눅스를 지원하고 올해만 10억달러를 리눅스 지원에 쓰겠다고 공언했다.
IDC의 세계 서버시장 조사를 보면 리눅스의 성장 추세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작년 세계 서버시장에서 리눅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7%. 아직 마이크로소프트의 41%와는 적지 않은 차이가 나지만 성장률은 마이크로소프트의 20%를 능가하는 24%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리눅스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99년께 전문기업의 등장과 함께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부의 발표에 따르면 99년 340억원 정도에 머무르던 국내 리눅스 시장규모는 작년 1700억원 대로 성장했고 올해는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체수도 99년 52개에서 작년 94개로 늘어났다.
리눅스의 이러한 성장은 오픈 프로젝트라는 특성에 기인한다. 리눅스는 인터넷을 매개로 전세계 개발자들이 함께 프로그램을 발전시킨다. 만들어진 프로그램도 특정인의 소유가 아니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수만명의 능력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성능면에서도 다른 운용체계에 비해 손색이 없다. 사용중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최근 서버시장에서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64비트 CPU인 IA-64를 지원하는 운용체계는 리눅스가 유일하다. 비용 측면에서도 리눅스로 시스템을 만들면 다른 운용체계를 사용한 것보다 매우 저렴하다.
리눅스 업계에서는 올해가 ‘리눅스의 전환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리눅스 재도약의 전기인 엔터프라이즈 시장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까지 닷컴기업의 리눅스 수요가 폭증하면서 리눅스가 상업적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면 올해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진입이 리눅스 업체의 지상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해결과제=업계에서는 몇가지 선결과제의 벽을 넘어선다면 리눅스의 엔터프라이즈 시장진입이 낙관적이라고 전망한다.
우선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례발굴이 시급하다. 시장조사기관인 KRG가 국내 14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1년 국내 리눅스 시장보고서를 보면 리눅스 도입을 꺼리는 이유 가운데 ‘검증되지 않은 위험’을 첫손가락으로 꼽았다.
기업의 기간시스템은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미 전산화가 갖춰진 기업에서 기간시스템에 이상이 생길 경우 발생하는 손해는 천문학적이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아무리 리눅스의 비용이 저렴해도 신뢰할 수 없는 사례가 없다면 선뜻 투자를 할 수 없게 된다.
최근 대한항공과 포스코가 업무용 리눅스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리눅스 업계가 고무되고 있지만 제조업뿐 아니라 금융이나 서비스, 그리고 공공부문에도 리눅스 시스템 구축사례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리눅스의 미래가 달려 있다. 앞으로 10년 후 리눅스의 미래가 빛나는 장밋빛이 될지, 아니면 암울한 잿빛으로 물들지는 현재 리눅스 업체들의 노력이 좌우할 것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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