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체 시스템업체들과 전략적 제휴 강화

 정보기술(IT) 경기 악화로 극심한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반도체업체들이 시스템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로 활로 찾기에 나섰다.

국내외 주요 반도체업체들은 시스템업체들과 공급처 및 수요처라는 기초적인 관계설정 이외에 공동의 사업을 추진하는 전략적 파트너 또는 공동 기술개발 및 투자자로서 공고한 협력체계를 구축, 장기적이며 안정적인 물량공급과 아울러 공동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소니와 메모리카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소니의 메모리스틱을 자사의 정보가전에 적용하는 대신, 소니를 통해 플래시메모리의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과 소니가 이같이 협력하자 경쟁관계인 도시바와 마쓰시타도 최근 제휴를 강화해 SD카드를 현재의 2배 이상 증산해 월 70만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또 노키아와 64M D램을 비롯한 휴대폰용 D램의 독점공급과 기술개발에 대한 제휴를 강화해 휴대폰용 D램 시장의 선점에 나섰다.

 인텔은 최근 컴팩의 알파칩사업을 인수하면서 컴팩이 자사가 내놓은 서버 전용 칩 ‘아이테니엄’으로 서버사업을 대체하도록 하는 전략적 제휴를 맺은 데 이어 IBM과도 서버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인텔은 이를 통해 컴팩에 이어 IBM 등 대표적인 서버업체들과 돈독한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서버시장의 안정적인 세력확대는 물론, 경쟁사인 AMD의 서버시장 진입을 조기에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IBM은 북미시장을 시작으로 그동안 일부 탑재한 AMD의 칩을 줄이기로 해 AMD와 경쟁관계인 인텔에 힙을 실어줬다. AMD는 인텔의 세력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선마이크로시스템스·애플 등 IT분야 선두업체들과 비영리법인인 하이퍼트랜스포트 기술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AMD는 이 컨소시엄을 통해 마이크로프로세서 등 반도체와 PC 및 네트워크, 통신장비 등 각종 시스템간의 정보전달규격 표준을 만들고 참여업체들과의 협력체계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가 악화되면서 반도체업체들과 시스템업체들간의 제휴는 단순한 공급-수요처 관계를 떠나 위기를 타개하고 공생하기 위한 전략적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며 “반도체 불황이 지속되면 경쟁업체들과의 합작 등 파격적인 합종연횡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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