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업체 창투사 설립 사례 늘어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잉여자금을 전문창업투자회사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그렇지만 업계 한켠에선 이같은 투자가 자칫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장비업체들이 재테크에만 몰두해 본연의 사업에 소홀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달 사이에 성도이엔지·인터스타테크놀러지 등의 반도체 제조장비 및 설비업체들은 유휴자금으로 창투사에 지분을 투자했다.

 이들 회사는 창투사를 적극 활용해 자사의 보유기술과 관련한 벤처기업을 발굴, 육성해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기업을 공개한 검사장비업체 인터스타테크놀러지(대표 신명순)는 지난달 25일 서울벤처투자에 25억원을 투자, 33%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 회사는 중소벤처기업투자 및 인큐베이팅을 전문으로 하는 투자회사를 관계사로 확보함에 따라 자사 기술력을 배가할 수 있는 기술벤처기업을 발굴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생산설비 및 배관시공업체 성도이엔지(대표 서인수) 역시 지난달 31일 자산매입 및 매각, 기업인수합병 중개업무를 주력으로 하는 애즈워즈홀딩즈에 6억원을 투자, 지분 20%를 확보했다. 투자목적은 사업다각화 및 자금운용을 통한 투자이익 극대화다.

 이같은 경향은 과거 벤처기업 붐이 일면서 반도체 재료업체 원익(대표 이용만)이 한미열린기술투자를 설립해 고수익을 낼 수 있었던 99년부터 시작됐다. 원익은 한미열린기술투자에 지분 28% 가량을 투자하면서 해당연도에만 2억5000만원 가량의 배당수익을 얻었고 지난해에도 매분기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관련업체들이 창투사를 이용한 재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자사 기술개발 및 기술보유 기업에 대한 직접투자방식이 아닌 막연한 벤처기업 발굴 투자는 사실상 주력사업의 시너지 효과 창출보다는 재테크 수단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실례로 지난해 3월 20억원(지분 20%)을 투자해 벤처투자 및 경영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코리아인터넷홀딩스를 설립했던 미래산업(대표 장대훈)은 올들어 투자회사의 파산으로 투자금액의 대부분을 손실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경기불안이 심화된 상황에서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 투자에 실패한 회사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공개로 수십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거나 지난해 사업호조로 상당한 현금을 확보한 일부 기업이 유휴자금의 일부를 창투사에 재투자하는 것도 좋지만 오히려 주력사업의 시너지 효과 창출이 주목적이라면 연구개발(R&D) 투자나 동종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산업발전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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