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들이 투자재원 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민관 매칭펀드조차도 제대로 결성되지 않아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9일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정보통신부가 올 상반기 중 700억원의 예산을 출자해 결성하려 했던 IT전문투자조합(MIC-IT펀드)의 경우 7개 중 3개만 결성됐으며 2개는 취소, 2개는 연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통부가 조합별로 100억원씩 출자함에도 불구, 민간쪽의 매칭자금을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이처럼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출자함으로써 공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IT전문투자조합의 결성이 부진한 것은 벤처캐피털업계의 투자조합 결성난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벤처캐피털업계에서는 전체 펀드 결성 규모를 줄여 민간부문에서 조달해야 하는 매칭자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일고 있다.
지난 5월말 정통부는 해외특화펀드 1개를 포함, 7개의 IT전문투자조합 업무집행조합원을 선정하고 이들 회사에 7월말까지 펀드 결성을 마무리짓도록 했다. 그러나 기간중 결성을 완료한 벤처캐피털은 산은캐피탈, 동원창투, 우리기술투자 등 3개사뿐이다. 나머지 회사 중 CDIBMBS벤처캐피탈과 무한기술투자는 결성을 포기, 업무집행조합원 선정이 취소됐으며 스틱IT벤처투자와 TG벤처는 정통부로부터 펀드 결성기한을 연장받았다.
이같은 사태는 그동안 벤처캐피털이 조성하는 투자조합에 꾸준히 출자해 오던 기업과 개인들이 크게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다. 또 IT전문투자조합의 경우 벤처캐피털들이 모아야 하는 민간 자금규모가 너무 크다는 점도 민관 매칭펀드 조성부진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정통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하반기에 모집하는 펀드의 결성 규모를 250억원과 125억원으로 나눠 벤처캐피털들로부터 신청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외에 문화관광부가 추진중인 문화콘텐츠투자조합의 경우도 그 규모를 100억∼130억원 규모로 줄였지만 민간자금 조성에 난항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또 200억원, 100억원 규모로 결성될 예정인 농림부 바이오펀드도 농림부 20%, 벤처캐피털 15%를 제외한 나머지 65%를 민간부문에서 조달해야 하지만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이와 관련, 벤처캐피털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민관 매칭펀드의 경우 대규모 민간자금을 모으는 데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펀드규모를 크게 축소해 많은 벤처캐피털들의 참여를 유도해야만 앞으로 추진할 펀드결성이 조금은 숨통을 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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