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말 IMF 외환위기 이래 정보기술(IT)업계 최대 위기로 인식되는 최근 경기상황에서 벤처 CEO들의 올 여름 휴가도 예년같지 않다. 미국발 IT산업 위기와 내수침체속에 벤처 CEO들은 결실의 가을을 위해 휴가기간을 기꺼이 내던지고 사무실에서 땀을 쏟고 있다.
새롬기술·로커스·한글과컴퓨터·터보테크·KD파워·이지디지털 등 상당수 벤처 CEO들에게 휴가기간 근무는 당연시되고 있다.
최근 인터넷 IP통신서비스를 유료화해 무료 닷컴비즈니스의 돌파구 마련에 나선 새롬기술의 오상수 사장은 올해 휴가가 없다. 지난해 해외출장 후 잠시 짬을 내 쉬긴 했지만 올해에는 서비스 유료화로 강화해야 할 마케팅 활동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휴가를 대신하기로 했다. 오 사장은 올 영업성패를 8월 한달간의 영업에 달려있다고 보고 모든 마케팅을 직접 챙기고 있다.
한글과컴퓨터의 전하진 사장도 사실상 올 여름 휴가를 반납했다. 그는 오는 15일 ‘아래아한글GVA’ 출시와 이에 따른 마케팅을 위해 해마다 3∼4일 정도 보내던 여름 휴가 계획도 잡지 못하고 있다. 워드프로세서 위주에서 새로운 전략품목으로 전환하는 단계에서 아래아한글GVA의 성공여부가 올해 영업의 향방을 가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통신장비업체 로커스의 김형순 사장은 원래 여름휴가라는 것을 모르는 스타일이다. 일벌레인 김 사장에게 올 여름은 더욱 뜨겁게 일해야 하는 기간이 되고 있다. 그는 요즘 부진했던 상반기 내수실적 만회와 9월 이후 해외영업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또 한민족글로벌벤처네트워크(INKE) 회장이기도 한 그는 오는10월의 국내 행사도 챙겨야 한다.
인터넷 제어 방식의 이동식 변전소를 개발해 벤처스타덤에 오른 KD파워의 박기주 사장도 일 자체가 휴가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전 직원을 휴가를 보냈지만 정작 본인은 오는 10일부터 출시될 인터넷 누전제어시스템과 관련된 영업구상과 하반기 사업구상 등을 위해 사무실에 출근했다. 박 사장은 인터넷 제어 방식의 변전소 개발로 회사의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98년 이래 휴가를 가져본 적이 없다.
NC공작기기업체 터보테크의 장흥순 사장은 올 여름 휴가를 지난달 말 벤처협회 주최로 가진 벤처서머스쿨 참석으로 대신했다. 올 상반기 산업계 부진을 함께 겪은 그는 벤처협회의 공식행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올 여름 휴가를 마쳤다. IT간담회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 벤처협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에게는 휴가조차도 공식일정에 맞춰져 있는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장 사장은 최근 조직 슬림화를 통해 하반기 안에 글로벌 영업 네트워크 구축 구상에도 바쁘다.
계측기 제조업체 이지디지털의 이영남 사장은 올 여름 휴가를 정상근무로 대신한다. 이 사장은 순환휴가제를 채택해 직원들을 휴가보내고 정작 본인은 출근해 휴가를 마친 직원들과 상담에 바쁘다. 여성벤처협회장 일과 출장 등으로 직접 챙기지 못한 사내업무와 함께 사업 아이디어 제안도 받으면서 일하는 휴가를 보내고 있다.
미국 e베이와 성공적으로 인수합병(M&A)을 마치고 오랜만에 인도네시아로 휴가를 다녀온 옥션의 이금룡 사장이나 제조업의 특성상 전 직원을 휴가보내고 함께 쉬는 통신장비업체 한아의 신동주 사장같은 이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올해 벤처업체 사장들의 여름나기는 세계적 IT산업 불경기 조짐속에서 일로 휴가를 대신하는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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