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네트워크장비업계 구조조정

 다국적 네트워크장비 생산업체들이 최근 경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으나 이들 기업의 한국지사는 대부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루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루슨트테크놀로지스와 노텔·시스코·알카텔·마르코니 등 다국적 네트워크 생산업체들은 올초 대규모 인력감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구조조정을 실시한데 이어 최근 들어 또다시 비용절감 등을 위해 각 업체별로 적게는 수천명에서 많게는 2만명에 이르는 인원을 줄이기로 했으나 한국지사의 경우에는 대부분 인력감축 계획이 없거나 오히려 증원을 예정하고 있다.

 부도설과 알카텔과의 인수합병설 등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루슨트는 연초의 1차 구조조정을 통해 2만명을 줄인데 이어 최근 추가로 2만명 감원계획을 발표했으나 아직까지 300여명이 근무하는 한국지사에 대해서는 인위적인 인력감축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한국루슨트의 한 관계자는 “1차 구조조정에도 한국과 일본 등은 인력감축 대상국가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이번에도 아직까지는 한국지사에 대한 별도의 감원계획을 통보받지 않았다”며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한국지사의 경우에는 이번에도 감원이 없거나 혹은 있더라도 그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텔과 시스코의 경우에도 본사차원의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한국지사는 별도의 감원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텔 한국지사는 “최근 본사차원에서 연초에 이어 2만명을 추가 감원한다는 계획이 발표됐으나 한국의 경우에는 별도의 감원계획을 통보받지 않았다”며 “다만 연초의 한국지사 인력충원계획은 사실상 폐기된 상태로 현재 120명 안팎의 인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스코도 본사 차원에서 수천명의 감원이 실시됐으나 시스코코리아의 경우 자발적인 퇴직인력 외에 별도로 감원을 실시하지 않고 현재 320명 수준의 인력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알카텔과 마르코니의 경우에는 본사차원의 인력감축 계획에도 불구하고 한국지사의 인력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

 한국알카텔은 본사가 아웃소싱제도 도입 등을 통해 전체 인력을 대폭 줄인다는 계획을 추진하는 것과는 별도로 올해말까지 인력을 80여명에서 100명 규모로 늘릴 계획이며 한국마르코니도 본사에서 올해 총 7000여명의 인력을 줄인다는 계획과는 별도로 현재 23명에 머물고 있는 인력을 다소 늘릴 방침이다.   

 이처럼 다국적 네트워크 생산업체의 한국지사들이 대부분 본사의 강도높은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은 한국 네트워크장비 시장의 성장가능성이 비교적 높게 평가되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이유는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아야 300명을 조금 넘는데 불과한 한국지사의 인력감축이 본사가 글로벌 경영전략 차원에서 추진하는 구조조정의 성과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관련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쓰리콤 등 일부 업체의 경우에는 한국지사의 인력감축도 단행했으나 대부분의 다국적 네트워크장비 생산업체들은 한국지사 인력감원에 그다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이는 역설적으로 보면 한국지사가 그동안 공장과 대단위 세일즈조직 등을 갖고 있는 미국과 유럽지역과 달리 말단 판매조직의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별로 줄일 인력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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