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의 돈가뭄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정부에선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직간접적인 방법을 동원해 연간 수조원의 돈을 푸는데, 정작 벤처기업 대부분은 자금난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절대적인 지원 금액의 부족 때문일까. 대답은 분명 ‘NO’다. 단군이래 벤처업계에 지난 2∼3년처럼 자금이 흘러든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기업들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이유는 지원자금이 적재적소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
돈가뭄에 시달리는 벤처기업들이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지금, 한국벤처 신화의 근간을 이루는 정부의 자금 지원정책을 되짚어본다. 편집자
벤처업계가 아사(餓死) 직전이다.
이곳 저곳에서 돈 달라는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출근 시간 강남, 역삼, 선릉, 삼성 등 테헤란밸리 지하철 2호선 승객 10명중 8명이 월급도 못받고 출근하는 벤처인’이라는 우스갯소리는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농담이다. 이제는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벤처기업들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벤처캐피털마저 투자할 돈이 없어 두손 놓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일부 창투사는 M&A시장에 설립 자본금 100억원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매물로 나와 있다.
하반기 투자 규모를 늘리기로 했던 몇몇 우량 벤처캐피털들조차 투자조합 결성이 제대로 되지 않자 늘렸던 투자계획을 수정하기에 급급하다.
벤처캐피탈협회가 집계한 당초 창투사들의 하반기 조합 결성 예정액은 97개 조합, 1조790억원이었다. 그러나 중기청이 하반기 출자키로 했던 1000억원의 재정자금 출자용 예산이 추경예산심사에서 전액 삭감되면서 38개 조합, 4334억9000만원의 벤처투자자금이 날아가 버렸다.
중기청의 재정자금 출자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총 6455억1000만원 규모의 59개 투자조합이 결성될 예정이지만 현재 기관법인이나 개인들이 벤처펀드 출자를 꺼리고 있는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이 조차도 계획대로 결성될지는 미지수다.
지난 1월 260억원, 2월 177억원, 3월 725억원에서 4월 24건 1637억원, 5월 11건 1395억원에 이르렀던 벤처펀드 결성도 지난 6월 1건 44억원에 그쳤으며 지난달에는 1건 15억원에 그쳤다. 대부분 창투사 정부자금이 배정된 4∼5월 이후부터는 조합 결성이 1∼2건에 그쳤다.
조합을 결성한 창투사들은 그나마 주주사가 든든한 곳들이다. 자체 역량으로 투자조합을 결성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대로 스스로 재원을 마련,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벤처캐피털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장기적인 계획 아래 추진돼야 할 투자원칙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투자조합 결성계획 및 투자규모 축소 사태를 창투사들이 정부 자금에만 의지해 무리한 계획을 세운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정부의 무계획적인 행정이 만들어낸 결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
중기청은 당초 하반기 1000억원의 재정자금 추가 출자를 기정 사실화하며 창투사들의 투자조합 결성을 독려한 바 있다. 심지어 지난 5월부터 하반기 투자조합 결성 신청을 받기도 했다. 하반기 조합결성을 기정 사실화했던 창투사들은 당연히 다른 자금 조달 계획을 마련해 놓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급작스런 재정자금 1000억원 전액 삭감 사태에 당황한 창투사들은 투자 규모를 더욱 축소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벤처캐피털 산업은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 성격이 강하다. 벤처캐피털의 안정적인 자금 수혈없이 벤처기업을 육성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미국의 벤처산업이 지금과 같은 궤도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도 벤처캐피털이었고, 이들의 안정적인 자금 공급은 연기금과 같은 장기자금의 안정적인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4분기쯤에는 우리나라도 1000억원의 국민연금이 벤처투자조합에 출자될 예정이지만 단기간에 미국과 같이 벤처투자 재원 60% 이상을 연기금쪽에서 기대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장기적으로 미국과 같은 체제를 갖춰가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우리나라의 벤처산업이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에 힘입어 성장한 특수성을 감안할 때 당분간 정부의 지원은 필요악이다.
벤처캐피털들이 지속적이고 계획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자금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은 현재 정책자금뿐이기 때문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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