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생물학 분야 `파워우먼`

 여성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과학기술계에서도 여성 과학자들의 위상을 높이고 이들을 적극 육성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과학기술계에서 활발하게 연구활동을 벌이는 여성과학자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지만 최근 발표된 과학기술부 국가지정연구실 127개 가운데 여성과학자가 책임자인 연구실은 5개에 불과하다. 이처럼 우리나라 여성과학자들에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하지만 이번에 국가지정연구실로 선정된 5개 연구실의 여성과학자들은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여성파워를 키워가고 있다.

 우선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이영숙 교수(46). 이 교수는 국내 식물학계 대표적인 과학자로 식물이용환경정화기술용 유전자 발굴 및 형질전환식물체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식물이용환경정화기술이란 토양과 수자원을 자연친화적이며 경제적으로 정화하기 위한 기술로 제초제, 유기용매, 유기염소화합물, 동위원소, 중금속 등 유독물질을 더 많이, 빨리 흡수하고 이들 독성에 잘 견디는 식물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서울대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미 코네티컷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 하버드대 연구원을 거쳐 포항공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고려대에서 고체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이윤희 책임연구원(38)은 국내 나노연구에서 인정받는 여성과학자 중의 한 사람이다. 이 연구원은 “자연을 이해하고 새로운 원리를 찾아 응용기술까지 연구하기 위한 접근방법이나 실험기술이 매우 다양하다는 데 흥미를 느껴 고체물리학을 시작했다”며 연구에 대한 열정을 피력했다. 지금까지 미크론 크기의 재료나 소재를 가공해 디스플레이나 전자소자에 응용하는 연구를 수행해왔으며 자연스럽게 나노크기의 물리세계로 연구분야가 확장됐다.

 KIST 이연희 책임연구원(40)은 신소재 표면개발에 힘쓰고 있는 화학계 여성과학자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플라즈마 이온주입(PSII)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고체재료의 표면처리를 통해 표면에 고기능성을 부여하고 이와 같이 처리된 표면을 첨단분석장비를 이용해 특성평가 및 분석을 진행, 신소재 표면을 개발하는 것. 이 연구원은 고려대 화학과 석사과정을 거쳐 미 피츠버그대에서 분석화학 박사학위를 취득, 현재까지 KIST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 이홍금 연구원(46)은 해양미생물을 분리, 유용한 물질을 발굴하는 연구에 헌신하고 있는 베테랑. 한국해양원에서 10년 이상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이홍금 연구원은 그동안 국내 연안의 퇴적물, 개설, 해수, 해양동식물에 서식하는 미생물이나 남극, 심해 환경에서 1만주 이상의 다양한 해양미생물을 분리 보관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연구는 해양다양성 확보 및 유전자원이용기술로 해양환경 중 생물막내에 서식하는 미생물 유전자원을 확보하고 미생물의 기능과 유용자원자를 찾아 세포의 다당류나 고분자효소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거쳐 독일 브라운슈바이크대에서 미생물학 박사를 받았다.

 생명공학연구원 배현숙 책임연구원(42)은 생산효율이 높고 자연환경에 내성이 강한 슈퍼 품종의 개발을 통해 단위 경작지당 작물생산성을 증가시키기 위한 기능유전체 연구에 헌신하고 있는 여성과학자다. 현재 식물기능성 유전자를 대량 발굴하고 활용하기 위해 VIGS(Virus-induced Gene Silencing)라는 새로운 방법론에 대해 연구중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많은 개수의 식물유전자의 기능을 빠른 시간 안에 유추할 수 있다. 배 연구원은 한국과학기술원 생물공학 석사를 마치고, 코넬대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들은 최근 과학기술계의 여성과학자 육성책 등 제도화 움직임에 대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부각되거나 혜택을 받자는 것은 아니라며 다만 지금까지 수적으로 열세였던 능력있는 여성과학자를 더 많이 확보하자는 취지로 받아들여지고 실제로 이러한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