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끌어온 선인상가 권리문제를 명확히 매듭짓고 상가 경영도 정상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달 13일 서울지방법원 경매2계에서 용산 선인프라자 상가에 대한 경매에 참가해 853억7500만원에 낙찰을 받은 고광철 선인임차인조합장은 아직도 경매에서 낙찰자로 선정됐을 때의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듯 다소 들뜬 목소리로 이같이 소감을 말했다.
“경매 당일까지도 주변의 상가에서 경매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들려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습니다. 그 때문에 응찰가격을 다소 높게 썼지만 임차인들에게 상가가 돌아가게 돼 다행입니다. 이제는 상가경영 정상화 절차만이 남았습니다.”
고 조합장은 지난 97년 상가 관리업체였던 선인산업 부도로 내쫓길 위기에 처한 임차인들을 모아 98년 조합을 결성, 지난해까지 선인산업에 대한 채권을 회수하는 등 선인프라자 지키기에 안간힘을 쏟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숱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상인들이 관리비 납부거부운동을 벌일 때에는 조합활동에 대한 회의감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선교차 해외에 나갔다 왔더니 ‘수억원을 횡령하고 도주했다’는 등 각종 유언비어와 투서로 올 4월까지 검찰청과 경찰서에도 여러 차례 불려 다녔다.
고 조합장은 늦어도 다음달까지 선인프라자를 관리할 법인을 설립하고 각각의 임차인 명의로 지분등기 또는 구분등기를 추진할 계획이다.
선인프라자가 임차인들에게 돌아가자 그동안 상가에서 실질적으로 매장을 운영해왔던 상인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동안 임차인들이 채권회수와 경매를 위해 쏟아부은 분담금이 상인들에게는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노
심초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고 조합장은 “임대료 인상과 관련한 사안을 정관에 넣어 제한선을 두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다른 상가의 사례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또 임차인이 소유자로 지위가 바뀌었다고 해서 기존 전대 상인을 내보내고 직접 입점해 매장을 운영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여 권리금 부문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광철 조합장은 관리법인 설립과 등기건을 마무리짓는 대로 조합청산 절차를 밟을 예정이지만 이후에도 선인프라자를 경쟁력있는 상가로 육성하는 데 전념할 생각이라고 밝혀 앞으로 선인프라자가 어떻게 변모할지 기대된다.
<글=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사진=이상학기자 lees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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