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크 182’는 그린 데이와 더 오프스프링 이후 현재 미국의 메인스트림에서 펑크 밴드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차트 경쟁력을 갖춘 신진 밴드다. 이들이 들려주는 음악을 팝 펑크라 부르는데 흥겹고 즐거우며 멜로디컬한 것이 특징이다.
펑크 록은 70년대 말 당시 반사회적인 분위기를 타고 태동한 장르인데 음악의 전과정을 스스로 해결하는 DIY(Do It Yourself) 정신과 단순, 간결의 3코드 주의로 대표되는 음악 스타일이다. 영국의 섹스 피스톨스와 더 클라시, 그리고 미국의 뉴욕 돌스가 여기에 속한다. 이 음악 스타일은 몇년간의 전성기를 거친 후 80년대 중반에 들어서며 한층 빨라지고 과격해진 하드코어 펑크로 진화해 언더그라운드에서 활약했다. 그리고 얼터너티브 록과 스레시 메탈에 영향을 주었으며 90년대에 들어서 더 오프스프링과 그린데이 등을 중심으로 한 네오 펑크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90년대 말에 그들은 펑크라는 속박(?)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운드를 꿈꾸기 시작한다. 바로 그때 블링크 182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블링크 182는 97년에 데뷔했지만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99년 앨범 ‘Enema Of The State’부터다. 앨범 재킷에 제닌이라는 포르노 배우를 등장시킨 이 앨범에서 그들은 ‘All The Same Things’ ‘What’s My Age Again’을 히트시켰다. 또한 뮤직비디오에서 그들은 올 누드로 스트리킹을 하거나 백 스트리트 보이스의 뮤직 비디오를 패러디하는 등 그들만의 세기말적 펑크정신(?)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번에 발매된 ‘옷을 홀랑 벗어라’라는 뜻의 ‘Take Off Your Pants And Jacket’은 앨범 타이틀부터 그들의 성격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프로듀싱은 랜시드나 그린데이의 앨범을 제작했던 제리 핀이 맡았으며 세 명의 멤버인 베이시스트 마크 호퍼스, 기타리스트 톰 델런지, 그리고 드러머 스콧 레이너가 모던 록의 장점을 펑크 록 속에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 앨범은 빌보드 앨범 차트의 정상을 차지하기도 했으며 흥겹고 박력 있는 리프가 인상적인 첫 싱글 ‘The Rock Show’는 모던 록 차트에서 선전했다. 전작의 마지막 곡 ‘Anthem’에 이어지는 이번 앨범의 킥 오프 트랙 ‘Anthem Part Two’는 태생적으로 다양하기 힘든 펑크 록의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는가를 편곡적 측면에서 보여주고 있다. ‘Stay Together For The Kids’는 록 발라드를 펑크적으로 실험해본 곡이다.
블링크 182는 정신은 사라지고 형식만 남은 펑크 록으로 어떻게 대중에게 접근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그들이 펑크 록의 선배들처럼 소외된 불만 계층이 아닌 낭만적인 캘리포니아 출신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 그들에게 펑크가 ‘저항의 음악’이어야 한다는 강요는 무의미하다. 오히려 흥겹게 놀려고 모인 친구들에게 저항을 운운하는 게 넌센스다. ‘신나게 즐기자’는 말이 이 앨범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팝 칼럼니스트·드라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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