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의 일이다. 인터넷에 접속을 해서 모 채팅 사이트에서 인터넷을 배운 이래 처음 채팅을 해 보았다. 그동안 나에게 있어서 인터넷이란 정보의 바닷속을 배고플 때나 헤엄쳐 다니던 소극적 입장의 그런 의미였다. 그러나 커뮤니티의 채팅은 충분히 나의 호기심을 자극해 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나의 채팅 실력은 지극히 교과서적이고 일상적이라는 걸 느끼는 데는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채팅용어와 내용 등. 키보드를 두들기던 나의 손은 어느덧 모니터를 읽기에 바쁠 뿐이었다. ‘방가 방가’같은 채팅용어가 이젠 길가 어느 가게의 간판이 되어 버린 지 오래이지만, 인터넷 채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낯선 단어는 현란하기까지 했다.
분명 인터넷속엔 그 세대만의 문화가 존재한다. 물론 아날로그 시대에도 그들만의 문화는 있었다. 단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상호 호환이 어렵다는 점이 문제이긴 하지만.
10대들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그들만의 개성이 뚜렷하다. 독특한 색채와 구성, 멋진 동영상과 개성적인 디자인 등. 그러나 홈(HOME)으로 돌아가는 버튼을 찾는데 잠시 머뭇거려야 한다. 그러나 30, 40대를 겨냥한 증권 사이트 같은 곳에선 홈버튼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건 비단 단적인 한 예에 불과할 뿐이다.
요즘 쿼터족 신세대란 말이 등장했다고 한다. 슬로건은 ‘생각은 짧게 행동은 빨리’라고. 사회학 용어인 쿼터현상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쿼터족은 기성세대와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다. 긴 문장을 사용하기를 싫어한다. 엽기적이다, 죽여준다, 뻑간다. 한 단어가 모든 걸 다 표현하는 것은 기본이고 채팅언어도 ‘ㅋㅋㅋ-큭큭큭’ 혹은 ‘키득키득’ 같은 웃음소리 ‘ㅎㅎㅎ-하하하’ 혹은 ‘호호호-, · · , *··*’처럼 아예 부호가 언어를 대체하기도 한다.
나는 TV와 함께 태어나 자라온 세대여서 TV속에서 정보도 얻고, 오락도 즐기고 그랬다. TV는 나에게 그저 쉽고 평범한 일상이었다.
디지털이 컴퓨터와 연결된다고 하면 아날로그는 TV와 연결시킬 수 있을런지. 내가 어릴적 바라보았던 그 할머니의 모습이 5년 또는 10년 후 우리 아이들의 눈에 비쳐질 나의 모습이 되는건 아닐런지.
TV로 대표되는 우리 세대와 그 부모세대와의 차이는 우리와 인터넷 문명 속에 사는 우리 자녀 세대의 그것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그 폭이 다르다. 바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가는 인터넷 정보 문명 때문이다.
어느덧 갑작스럽게 다가온 인터넷 문화가 어렵고 생소하다고 외면하기보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인터넷에 지배당하기보다는 지배해나가는 우리의 모습이 더 바람직하리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또한 자녀의 인터넷 문화의 이해의 폭을 줄이는 자연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김은형 서울 강서구 내발산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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