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알맹이 없는 첨단산업 육성계획

 대구지역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관련 벤처들은 요즘 대구시가 추진하는 첨단산업 유치 및 개발 계획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적어도 첨단산업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구상에는 장기적인 비전과 철저한 계획, 그리고 지역 첨단업종 종사자들이 수긍할 만한 그 무엇이 있어야 하는데 최근 대구시의 첨단산업 발전 계획에는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있는 것 같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희갑 대구시장은 최근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89만여평의 구지공단에 약 4000억원을 투입, IT·BT 중심의 첨단업종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시의 구지공단 매입기념식에서 문 시장이 직접, 공단의 활용방안을 밝힌 것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발전구상이 정리된 상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벤처기업과 관계자들의 생각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IT 및 BT 같은 첨단산업은 기업만 입주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성장하고 뿌리를 내릴 수는 없다. 지역 대학과 연구소 등 산학연이 머리를 맞대고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야만 열매를 얻을 수 있다.

 그럼 점에서 구지공단의 첨단산업단지화 구상은 우선 입지조건에서부터 뒤떨어진다. 지역의 각 기업과 대학, 연구소로부터 동떨어진 장소에 대규모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한다면 아무리 임대료가 싼들 누가 그 곳에 입주하려고 하겠는가.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엘리트 벤처기업인들이 뭐가 아쉬워서 교통과 교육, 문화,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으로 일부러 찾아들어가겠는가”며 반문하고 “차라리 도심과 근접해 있는 기존 첨단단지를 내실있게 육성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시의 정책을 꼬집었다.

 실제로 시는 지난해 말 동대구역에서 범어네거리에 이르는 ‘동대구벤처밸리’를 지정해 놓고도 지역 벤처의 10분의 1도 유치하지 못하는 등 벤처밸리 활성화 정책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 대구시 북구 칠곡지역에 조성하기로 한 ‘디지털빌리지’ 역시 추진이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또다시 구지공단을 수천억원씩이나 들여 첨단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대뜸 발표하다 보니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시 관계자는 “구지공단의 IT, BT화는 확정된 계획이 아니다”고 뒤늦게 여론 수습차원에서 설명하고 있지만 지역 벤처인들은 갈팡질팡하는 시의 첨단산업정책에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확한 진단 없이 발표하는 알맹이 없는 첨단산업 육성계획은 또 하나의 대규모 낭비만 가져올 뿐이다.

  <과학기술부·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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