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컨소시엄 투자 는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최근 1개 벤처기업에 4∼5개 벤처캐피털들이 공동으로 투자하는 컨소시엄 형태의 투자가 성행하고 있다. 특히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벤처캐피털 중 투자전략과 철학이 유사한 경우에는 지속적인 상호투자 정보공유를 통한 일종의 투자그룹군까지 형성하는 경향을 보여 주목된다.

 24일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창투사 및 신기술금융사들은 물론 은행권 벤처투자팀들의 컨소시엄 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만 해도 컨소시엄 참여 업체가 2∼3개사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4∼5개 벤처캐피털로 늘어나는 등 1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수가 크게 확대되는 추세다.

 컨소시엄 투자는 코스닥시장 침체, 경기불안 등 제반 벤처 투자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벤처캐피털들의 투자 전략으로, 다른 회사들과 공동 투자함으로써 업체당 투자 금액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상호 검토를 통해 투자 대상기업을 좀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지난 1∼2년전처럼 높은 투자수익을 낼 수 있는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벤처캐피털들이 공동투자를 선호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KTB네트워크의 경우 올 상반기에 투자한 26개의 회사 중 단독 투자는 3건에 불과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보통 단독 투자와 컨소시엄 투자 비율이 3대 7 수준이었으나 올 들어 컨소시엄 투자쪽으로 완전히 돌아선 것이다.

 이와 관련, KTB네트워크 관계자는 “요즘 벤처캐피털들이 안정적인 제조업체 위주의 투자를 실시하고 있다”며 “제조업체의 경우 설비투자 등 대규모 투자가 동반돼야 하기 때문에 컨소시엄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기술투자도 지난해 말 5대 5 내지 4대 6 정도의 비율을 보이던 단독과 컨소시엄 투자비율이 최근에는 3대 7 정도로 바뀌었다. 최근 유무선 초고속 통신·네트워크 장비업체인 해동정보통신에 밀레니엄창투, 코웰창투가 함께 35억원을 투자했으며 터치패널 분야 신기술 개발 회사인 에이터치에도 산업은행, 산은캐피탈, 드림벤처캐피탈이 함께 25억원을 투자했다. 이미 지난 3월 8억원을 투자했던 TG벤처까지 합치면 에이터치에만 4개 회사가 투자한 셈이다.

 소형 벤처캐피털들의 경우는 컨소시엄 투자가 더욱 많다.

 대규모 자금을 한 곳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여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심사 및 발굴 능력도 대형 벤처캐피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위기상황에서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소형사들은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는 대형사들을 파트너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의 경우 이달초 마이크 제작전문회사 CST에 벤처플러스, 미래에셋벤처투자, 호서벤처투자가 함께 총 23억원을 공동 투자했다. 또 지난 4월에는 문자메시지서비스 전문업체인 아레오커뮤니케이션즈에 한국기술투자와 함께 총 17억원을 공동투자하기도 했으며 현재 검토중인 대부분의 투자계획도 공동투자를 전제로 추진중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문규학 부사장은 “공동투자를 진행할 경우 타 벤처캐피털과의 공동 심사 작업을 통해 투자 심사 기간을 단축시키며 투자 이후 리스크를 다각적인 관점에서 인지, 제거해 나갈 수 있다”며 “최근과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그 필요성이 더욱 크게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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