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성모 한국전산원 연구위원
6·15 남북 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벌써 1년 하고도 몇 개월이 지났다. 공동선언 발표 이후 정보기술(IT) 분야의 남북교류와 협력에 관한 희망이 절정에 달했고 경협에 대한 후끈한 열기는 아직도 식지 않고 있다. 북한은 IT산업을 ‘강성대국’ 건설과 21세기 경제발전을 이끌 견인차로 인식하고 있다. 한편 남한은 세계 17위라는 정보화 수준을 갖추고 정보사회로 향한 큰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고 있다. 남북한 모두 IT교류를 통하여 21세기 정보사회를 향한 동반자로서 인식의 궤를 함께하고 있으며 그 의지도 충만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 IT업체들은 매우 불확실한 국제정치 환경과 국내의 복잡한 행정절차에도 불구하고 남북경협을 성사시키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해왔으며 약간의 가시적인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몇몇 진취적인 기업에 의해 이뤄진,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것과 같은 벤처정신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노력은 북한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들을 묶어주는 구심점이 마련되지 않고 진행되었기 때문에 ‘산발적’이라고 볼 수 있으며 중장기적인 안목보다는 일단 시장선점이라는 기업가적인 욕구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단기적’이고 남북한 내부의 정치상황과 복잡 미묘한 북미관계에 따라 수익모델의 실현이 좌우되기 때문에 매우 ‘불안정’하다고 할 수 있다. 불확실하고, 복잡하고, 판단하기에 매우 애매한 작금의 상황에서 개별 IT기업들의 독자적이고 모험적인 북한 진출의 쾌거를 마냥 박수만 보내면서 만족할 수 없다.
이제 IT가 남북관계 개선과 경협에 무엇보다도 핵심적인 사항이라는 시대적 인식을 가지고 남북 IT교류에 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발상이 전개되어야 한다. 경의선 복구를 위한 남북간 책임있는 당사자간 합의와 금강산 개발과 관광에 관한 협의는 진행되었으나 남북간의 민족적 이질성을 극복하고 동질성을 확보할 수 있는 IT교류와 북한 정보화 수준 향상을 위한 남북 당사자들의 협의가 시작되지도 않고 있는 것은 너무나 기이한 일이라 생각된다. 그야말로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의 남북관계 개선과 상호발전을 위한 중요한 축을 놓치고 있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앞선다.
IT교류를 포함한 한반도 전체의 정보화를 위하여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중장기 계획 수립이 필요한 이유와 이를 위한 남북한의 책임있는 당사자 간의 협의가 시작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만일 이것이 용이하지 않다면 우선 남한의 IT기업들과 정부가 협력하여 중장기 계획을 수립한 후 북한과의 협의를 이끌어 내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을 지식정보화의 동반자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북한 정보화 현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정보화 수준을 향상시켜 남북간 교류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 정책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또 이러한 목표달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단기적인 정책대안도 구상하여야 한다.
우리는 80년대부터 정보화 추진을 위한 수많은 경험과 소중한 지식을 이미 축적해 왔다. 이러한 경험과 지식은 북한의 정보화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충분히 활용할 수 있고 또한 우리는 북한의 많은 시행착오를 사전에 줄여줄 수 있는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서독이 동독의 현대화를 위해 많은 지원과 투자를 한 결과 현재 구 동독지역의 정보화 수준이 구 서독지역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향상된 사실은 남북 IT교류와 협력에 많은 시사점과 교훈을 주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2008년 하계 올림픽 개최는 북한의 IT 현대화에 많은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며 더불어 남북 IT교류 활성화를 위한 주변 상황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우리는 산발적이고, 단기적이고, 불안정한 북한 진출보다는 북한을 21세기 지식정보사회의 동반자로 인식하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보교류의 활성화와 경협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함을 한번 더 강조하는 바이다. csm@n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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