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프로세서 30년>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 주역

마이크로프로세서 30년 역사에는 디지털 혁명의 거센 물결을 예견하고 정보기술(IT)의 변화를 이끌어온 인물들이 있다. 인류의 미래를 내다볼 줄 알았던 이들의 혜안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는 현재같은 문명의 이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들의 출발은 당시의 사소한 불편함을 바꾸려는 욕구에서 출발했다. 작은 휴대형 계산기가 필요해 마이크로프로세서 연구가 시작된 것처럼 아주 보편적인 바람이 그 출발점이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마이크로프로세서 역사를 이끌어왔던 인물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부단한 연구 그리고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 나가려는 벤처정신이 빛을 발휘했다.

 60년대 페어차일드반도체에서 함께 근무했던 엔지니어 고든 무어와 밥 노이스는 자신들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벤처를 함께 설립하기로 결심한다.

 그들이 페어차일드의 벤처 설립 지원을 받아 처음 생각했던 아이템은 오디오 관련 기술 회사. 당시 거론됐던 회사 이름도 정보기술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아트록’이었다.

 그들은 향후 지속적으로 정보기기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보편적이면서 핵심적인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 주된 아이템을 메모리 반도체로 바꿨다. 또 회사 이름도 ‘통합된 전자기기(Integrated electronics)’를 뜻하는 ‘인텔’로 정했다.

 이들 두 설립자는 함께 근무했던 앤디 그로브(현 인텔 사장)를 인텔로 불러들였고 차세대 정보기기의 핵심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했다.

 이 결과물이 바로 ‘마이크로프로세서’. 인텔을 세계 최고의 반도체회사로 만든 바로 그 통합된 전자기기였던 것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 인텔과 경쟁하고 있는 AMD의 설립자 제리 샌더스는 1969년 페어차일드 마케팅 이사 자리를 박차고 나와 동료 존 케리 등 7명과 함께 인텔보다 한단계 진보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AMD를 설립했다. 컴퓨터·통신·산업기계 등 차세대 전자장비 시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반도체를 만들겠다는 일념이었다.

 그러나 그는 회사의 미래를 이끌 핵심 아이템을 찾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했다. 76년 인텔과 마이크로프로세서 코어기술에 관한 라이선싱계약을 맺기까지 시프트레지스터·RAM 등 다양한 제품의 개발을 시도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인텔 호환칩 개발에 뛰어든 샌더스는 치열한 승부정신으로 안으로는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밖으로는 인텔과 x86 라이선스 관련 분쟁을 벌이면서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결국 인텔과의 지루한 소송에서 중재를 끌어낸 샌더스는 이를 바탕으로 91년 AM386을 발표하면서 인텔의 독점체계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저전력 마이크로프로세서 ‘크루소’로 인텔에 도전장을 낸 신생 벤처 트랜스메타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RISC칩 ‘스파크’ 개발자였던 데이비드 디첼이 지난 95년 설립한 회사.

 그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저전력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노트북PC 등 휴대성이 강조되는 차세대 컴퓨터시장을 공략했다.

 이같은 그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인정받아 트랜스메타는 리눅스 창시자 리누스 토발즈는 물론 조지 소로스 등 IT계 거물들과 컴팩·삼성전자·소니 등 유수 전자업체로부터 투자를 받고 무섭게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 발전 역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축은 명령어축약형 개념의 마이크로프로세서들이다. 70년대 UC 버클리대학의 데이비드 피터슨 교수와 스탠퍼드대학의 헤네시 교수가 주창한 RISC칩들은 적은 수의 컴퓨터 명령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덜 복잡한 아키텍처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82년 헤네시 교수의 후학인 앤디 백톨샤임은 RISC칩의 이같은 특장점을 살려 고성능 워크스테이션 컴퓨터사업을 하기로 하고 스탠퍼드 공대의 동급생 3명과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설립했다.

 당시 UNIX를 기반으로 ‘오픈컴퓨팅’ 환경을 만들어보겠다는 이 젊은이들의 도전은 현재 엔터프라이즈 컴퓨팅시장에서부터 멀티미디어 솔루션, 최첨단 무선인터넷에 이르기까지 지지않는 태양의 위력을 자랑하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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